기고

숲을 가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토가 마른다

2025-09-17 13:00:16 게재

최근 강릉에서 발생한 물 부족 사태는 온 국민에게 큰 충격과 우려를 안겨 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지역의 가뭄으로만 바라본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강릉 사태는 우리 산림의 현실을 드러내는 경고음일 뿐이다. 우리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이 이미 수원함양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근본 원인이다. 물 부족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위기이며, 산림을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 전체가 머지않아 ‘물 부족 국가’가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다.

산림은 본래 거대한 저수지이자 정수장이다. 나무와 낙엽층은 빗물을 머금어 천천히 지하수로 스며들게 하고, 계곡과 하천은 이 물을 통해 오랫동안 흐름을 이어간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숲은 그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다. 긴 세월을 지나면서 쌓인 나뭇잎과 부식층은 마치 아스팔트처럼 굳어버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바로 흘려 버린다. 그 결과 장마철에는 홍수와 산사태를 부르고, 조금만 가물어도 계곡은 메말라 버린다.

우리 숲 역할 상실한 지 오래

산림이 본래 가진 조절 기능이 무너진 결과, 극단적인 물의 불균형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 산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단순히 산에 나무를 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1960~70년대 심겨진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 산림의 활력이 상실되었다. 솎아베기와 가지치기를 통해 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하여 나무와 나무 아래의 식생들이 활력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굳어버린 낙엽층과 표토층을 회복시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숲을 가꾸어 주어야 하는 주된 이유이다. 나무와 숲, 그리고 산림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과정이다. 숲을 가꾸어야 산림의 수원함양 기능이 증대되고 물길이 살아나게 되며 물길이 살아야 우리의 삶도 이어질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 숲을 가꾸어 주면 가꾸지 않은 산림에 비해 물 공급량이 4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숲을 가꾸어 주면 나무의 활력이 증가해 나무가 흙을 잡아주는 힘이 더 강해져서 산사태 위험이 31% 감소한다. 여기에 더해 하층식생이 발달하고 조류와 소형 포유류가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농작물과 비교해 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씨앗을 밭에 뿌리고 새싹이 빽빽하게 올라오면 생육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람이 하나하나 제거하는 솎아주기를 한다.

나무도 마찬가지이다. 나무를 심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심은 후에 나무를 가꾸어주어야 한다는 마음도 함께 중요하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전 국민이 나무를 심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났다. 이제는 모든 국민이 나무와 숲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숲가꾸기에 관심을 가져야할 때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환경을 이유로 산림관리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일부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산림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적극적인 숲가꾸기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정부는 국가적 과제로 삼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동시에 숲가꾸기의 필요성과 효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절실하다.

적극적인 숲가꾸기 정책 추진해야

물은 생명이며, 물을 잃는 것은 곧 나라의 미래를 잃는 것이다. 숲을 살려야 물이 살고, 물을 살려야 대한민국이 산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선택은 분명하다. 행동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토는 마른다.

전진표 한국임우연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