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여권, 잇단 무리수”…여론 반전 기대

2025-09-17 13:00:30 게재

대법원장 사퇴·내란재판부 설치·나경원 간사 부결 비판

21일 대구서 집회 … “부산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투쟁”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잇단 무리수를 두고 있다. 여론 풍향계가 바뀔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대법원장 사퇴 압박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나경원 법사위 간사 선임 부결 등을 여론이 동의하기 어려운 여권발 ‘무리수’로 규정하면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라고 보는 것. 5년 만에 장외로 나가 직접 여론에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기자간담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성동 의원의 구속 등 현안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16일 “개혁 조급증에 걸린 민주당이 잇단 무리수를 두고 있다. 민주당의 무리수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우리(국민의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론에 호소한다면 여권 주도의 국정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보는 민주당의 ‘무리수’는 세 가지다. 민주당은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명백하게 반헌법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도 신설한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가 위헌이라고 하니까 민주당이 전담재판부로 이름을 바꿨지만, 전담재판부도 헌법에 근거가 없으면 안 된다”며 “특검이 하는 사건 전부를 전담 재판부가 하겠다는 것은 사법 질서를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16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법사위 야당 간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국회 상임위 여야 간사를 다수당이 표결로 무산시키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의회 독재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무리수’를 여론 풍향계를 바꿀 기회로 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을 줄곧 외면하던 중도층 여론도 민주당의 ‘무리수’에는 동의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진정성 있게 읍소하면 호응해줄 것이란 기대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판단 아래 5년 8개월 만에 장외투쟁에 나선다. 오는 2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야당 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를 출발점으로 해서 전국의 여론 풍향계를 바꿔보겠다는 계산이다. 내달 3일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앞서 ‘여권 비판 민심’에 불을 붙이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비판 민심’이 전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바람이 엿보인다.

장 대표는 17일 “이번 주말에 대구에서 당원들과 함께 강력한 (여권) 규탄 대회를 열 것”이라며 “이후 일정이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충청권에서 현장 최고위를 하고 부산에서부터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그런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 14일 부산 세계로교회를 찾은 데 이어 16일에는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지도자를 예방해 기독교계를 우군으로 삼으려는 행보를 취했다. 향후 장외투쟁에서 기독교계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다만 장 대표가 예방한 기독교계 지도자들이 쓴소리를 쏟아내 장 대표를 머쓱하게 했다.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국민의힘과 지난 정부가 무속·사이비종교와 결탁한 점과 군사독재의 아픔을 기억하는 국민 앞에 군대를 동원해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계몽령이라고 하는 그런 말의 유희로는 설명이 안 된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의 강을 건너시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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