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직원 휴대폰 포렌식 동의서 물의

2025-09-17 00:00:00 게재

‘사생활 침해 우려’ ··· 사실상 강제 서약 지적

법조계 “권리 침해 등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

카카오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필요시 휴대폰 포렌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동의서를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근거가 부족한 사유로 동의서를 받는 것이어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9월 초부터 회사 필요에 따라 개인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수 있다는 동의서를 직원들로부터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들은 사실상 강제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사내 게시판이나 인트라넷을 사용할 수 없어 강제 서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서약서 요구는 노조 등 직원 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최근 카카오톡 개편 관련한 정보가 사전에 외부에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우려를 보이자 정보 유출자 경고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포렌식은 범죄나 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전자적인 증거를 발견하고 분석·보존하는 작업을 말한다. 휴대폰 포렌식을 하면 통화 내역, 메신저 대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앱 사용 이력 등 개인 생활 전반이 노출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면 문제라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는 “인트라넷 사용권리 침해 등 불이익을 받는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사실상 강제동의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해 초에도 유사한 논란을 겪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시 해외 기업 인수 과정에서 내부 정보 유출 정황이 포착되자 직원들에게 ‘디지털 자료 획득·분석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노조는 동의서에 이유와 목적, 수집하는 데이터의 범위, 보유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아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포렌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한 점도 절차적 하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카카오측은 “회사의 중요 자산 보호와 구성원의 보안 인식 제고를 위해 정보보호 관련 준수 서약을 진행한 것으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다”며 “기존 제도를 보완해 원칙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 모두가 보안 의무를 다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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