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여수에서 포항까지 북극항로 바람

2025-09-18 13:00:01 게재

울릉도에 정박한 한국해양대 실습선에서 열린 ‘북극항로3.0시대와 동해안’이라는 주제의 정책간담회가 끝난 후 쾌속선 썬라이즈호를 타고 포항에 다가서자 영일만에 펼쳐진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시야에 들어섰다.

대한민국 산업화 신화를 일군 영광을 뒤로 하고 중국 철강산업에 밀리고 미국 관세폭탄에 치여 고전하고 있는 포스코의 현실은 ‘임대’ 표시가 즐비한 포항시내 풍경과 연결됐다. 택시 기사는 “52만명까지 올라갔던 포항 인구는 지금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며 “포스코가 다시 활력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체념하듯 말했다.

포스코와 포항시의 침체는 우리나라가 성장의 고점을 지나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포항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고, 포항시장은 한국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찾아 백악관과 의회 앞에서 관세인하를 호소하는 시위도 벌였다.

침체와 낙담 속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만들어 가려는 흐름도 있다. 경상북도는 지난 15일 ‘북극항로추진팀’을 신설하고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특히 북극항로 개발을 해운과 물류를 넘어 ‘영일만항을 거점으로 철강, 에너지 산업 발전에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산업부흥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도시들도 ‘북극항로시대 준비’라는 정부 정책을 침체한 산업을 고도화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남 여수·광양, 경남, 부산, 울산 등도 서로 북극항로 거점항구로서 장점을 내세우며 북극항로시대의 중심이 되겠다는 경쟁에 나섰다.

북극항로 바람을 일으킨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거점항구는 단순히 배가 정박하는 항구나 물류기지가 아니고 물류 제조 연구개발 관광 문화 에너지 그리고 안보까지 모든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문명의 중심지”라며 “대한민국에 마지막 기회가 온다”라고 강조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도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찾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을 포함해 여수에서 포항까지 북극항로 경제권역을 한반도 남단에 건설해 서울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상대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부산으로 옮기는 해수부는 곧 북극항로시대 준비와 관련된 여러 부처들을 포함한 ‘북극항로추진단’을 구성한다. 해수부의 새로운 역할이 아직 법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수 광양 거제 통영 고성 창원 김해 양산 부산 울산 경주 포항 등의 바람을 해결하는데 집중하면서 해양수도권을 건설하는 컨트롤타워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정연근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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