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숲환경도서관
서리풀공원 곁에서 기후위기 해법 찾다
사서와 시민이 함께 환경 실천 나서는 도서관 … 국내외 환경상 잇따라 수상하며 주목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자락에 자리한 방배숲환경도서관은 개관 2년 만에 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은 이름처럼 환경을 특화 주제로 삼아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이다. 민간 환경 시민단체 에코나우가 위탁 운영하면서 도서관 곳곳에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 실천을 녹여낸 점이 특징이다.
“영국 북유럽에 한겨울 폭염이 오고, 캘리포니아에서는 2~3년 간격으로 대형 산불이 납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기도 했습니다. 지금 지구의 모습이에요. 이런 시대에 공공도서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6일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자락에 자리한 방배숲환경도서관을 찾았다. 이날 만난 강경신 관장은 이렇게 환경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이곳은 전국 최초로 환경 시민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환경 특화 도서관이다.
◆개방감이 돋보이는 공간 = 도서관에 들어서면 개방감이 돋보인다. 서가 간 간격이 넓고 편안하고 쾌적하게 열람 공간이 꾸며졌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잔디가 깔린 정원을 중심에 두고 원형 형태로 공간이 배치돼 있고 창가 자리는 전부 통유리로 돼 있어 누구나 잔디 정원을 내다볼 수 있다. 옥상도 개방돼 있어 누구나 서리풀공원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영유아실은 ‘새싹숲’, 어린이실은 ‘잎새숲’, 성인 자료실은 ‘열매숲’으로 이름이 붙어 있다. 강 관장은 “인간의 생애 주기와 숲의 성장 과정을 맞춰 이름을 붙였다”면서 “자료실을 한 바퀴 돌면 생애 주기를 거니는 셈”이라고 말했다.
책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도서관 안에 카페도 마련돼 있다.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를 사용하는 카페다. 강 관장은 “자료실 옆에 카페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음료를 포함해 개인 소지품을 자유롭게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개방적인 도서관으로 운영한다”면서 “항상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는데 여러 이용자들이 함께 이용할 때 발생하는 생활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장서의 20%를 환경 주제 도서로 꾸렸고, 새 관찰과 숲 체험, 환경 인형극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형극은 사서들이 직접 대본을 각색하고 공연까지 맡는다. 사서들은 도서관 인근 어린이집 등에 방문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린다. 강 관장은 “북극곰과 펭귄을 지키려는 행동은 단발성 교육으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먼저 사서들이 공부하고 실천해본 뒤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말했다.
사서들은 자율적으로 일주일 중 하루를 정해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을 실천한다. 식사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고 탄소 절감 효과를 계산해 기록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물티슈는 사용하지 않는다. 강 관장은 “개관 준비 단계에서부터 사무용품으로 물티슈를 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 환경 가치 효과적으로 알려” = 올해 도서관은 포제로(4ZERO) 환경 정책을 선포했다. ‘제로 스트레스, 제로 플라스틱, 제로 에너지, 제로 웨이스트’를 목표로 전시·체험·인문학 프로그램을 엮어낸다. 환경과 마음을 함께 아우르는 정책이다.
강 관장은 “예를 들어 채식을 주제로 하면 요리 체험과 독서 교실, 인문학 강의까지 연결한다”면서 “어린이들은 도서관 내 스탬프 투어인 ‘에코패스’를 즐기고 시민들은 용기를 내서 도시락통에 음식을 담아오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용기내 챌린지’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매달 태양광 발전량과 탄소 저감량을 나무 식재 효과로 환산해 알린다. 탄소 저감량만 적혀 있으면 이용자들에게 쉽게 와 닿지 않기에 나무 식재 효과를 같이 적어둔다. 실제로 방배숲환경도서관은 태양광 발전을 포함해 직원과 시민들이 함께 하는 다양한 환경 관련 활동으로 지난해만 약 3400그루 나무를 심은 효과를 냈다.
도서관은 1달에 2번씩 ‘불 끄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 채광 등을 활용해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밝기를 조절하는 날이다. 또한 도서관 안에 쓰레기통은 일부러 잘 보이지 않게 배치했다. 시민들은 도서관에서 종이팩과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수거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뚜껑 색깔별 분류에도 참여한다. 이처럼 방배숲환경도서관은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회적 변화까지 이끌어 내는 도서관을 지향한다.
강 관장은 “쓰레기를 버릴 곳이 쉽게 눈에 띄지 않으니 이용자들이 쓰레기를 막 버리지 않는다”면서 “이용자들이 불편해도 이곳이 환경도서관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아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방배숲환경도서관은 국제 환경상 ‘그린애플 어워즈’와 ‘그린월드 어워즈’를 연이어 수상했다. 11일엔 ‘제11회 대한민국 고효율 친환경 주거 및 건축기자재 대상’에서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강 관장은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공간”이라면서 “정부나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도서관이야말로 시민들에게 환경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