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소모적 공방…4월 7일<조희대·한덕수 오찬했다는 날> 일정만 확인하면 되는 사안

2025-09-18 13:00:04 게재

여당 “조희대, 한덕수와 이재명 재판 논의” … 명확한 근거 없어

조 대법원장, 부인 … 국힘 “지라시 의한 공작” “허위사실 유포”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조희대 사법농단 의혹’을 제기했지만, 관련 당사자들이 강하게 부인하면서 의혹은 진실 공방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혹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을 겨냥해 “지라시에 의한 공작”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박했다.

발언하는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18일 정치권은 ‘조희대 의혹’을 놓고 거친 입씨름을 반복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4월 윤석열 탄핵 선고 직후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충식씨(김건희 여사 모친 측근)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 재판 방향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사법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희대 의혹’은 유튜브 ‘열린공감 TV’(5월 10일)→서영교 민주당 의원(5월 14일)→ 부승찬 민주당 의원(9월 16일) 순으로 반복 제기됐고, 민주당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면 모임 참석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전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조 대법원장은 17일 “해당 사건(이 대통령 선거법 재판)을 한 전 총리는 물론 외부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가짜뉴스”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결국 여당이 제기한 ‘조희대 의혹’은 진실 공방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의혹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주장만 맞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조희대 의혹을) 내란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조금의 애정이라도 남아있다면 거취를 분명히 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면 될 것”이라며 밝혔다.

하지만 내란 특검측은 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17일 “관련 고발장이 있긴 하지만 현 단계에서 수사를 착수할 만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앞으로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 납득할만한 근거를 통해 의혹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조희대 의혹’은 진실 공방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저열하고 파렴치한 정치 공작”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가짜뉴스를 만들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심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여당 대표가 특검을 향해 대법원장을 수사하라고 수사 지휘를 하고 있다”며 “오히려 진짜 수사가 필요한 것은 지라시에 의한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에 제기한 ‘조희대 의혹’을 ‘지라시에 의한 공작’으로 지칭한 것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조희대 의혹’ 제기를 겨냥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대정부질문 시간을 가짜뉴스 전파의 장으로 악용한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대법원장을 향해서 ‘당장 사퇴하라’, ‘특검 수사를 받아라’, ‘탄핵을 하겠다’라며 협박·공갈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정권은 사법부까지 장악해서 일당독재를 완성하겠다는 망상에 빠져있다”며 “이를 위해 이제는 그들의 전매특허인 가짜뉴스와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정치공작을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이번 대법원장 숙청 시도는 극단적 친 민주당 유튜버의 가짜뉴스를 민주당이 국회에서 터트리는 구조가 지난 청담동 술자리 공작 때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이 2022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 등이 청담동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며 제기한 주장을 말한다. 한 전 대표는 김 전 의원 등을 상대로 손배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지난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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