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아이돌 댓글 모욕도 명예훼손”
법원 “메타버스시대 아바타, 사용자의 자기표현”
5인조 가상(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PLAVE)’를 연기하는 멤버들이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8단독 장유진 판사는 플에이브측이 누리꾼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 5명에게 각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지난 5월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버추얼(가상) 아이돌이란 컴퓨터 그래픽이나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아바타로 활동하는 디지털 세상 속 아이돌이다. 2023년 데뷔한 플레이브는 실제 사람(본체)이 버추얼 장비를 착용해 각 멤버들을 실시간으로 연기하는 방식이다. 본체는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으로 구성돼 있지만 본체인 사람은 공개하지 않는다.
A씨는 지난해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룹 멤버들의 외모에 대해 “한남의 바이브 견디기 힘듭니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본체 존못 문제네” 등의 글을 여러 차례 올리고 “플레이브 개xxx”라며 욕설을 했다.
플레이브를 연기하는 B씨 등은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를 상대로 ‘멤버 5명에게 각 650만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이고, 신상이 비공개여서 가상 캐릭터와 원고들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아바타는 단순한 가상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자기표현, 정체성, 사회적 소통 수단임을 고려할 때 아바타에 대한 모욕 행위 역시 실제 사용자에 대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바타를 사용하는 사람의 정체가 드러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아바타가 그 사용자와 동일시되고 있는 경우라면 아바타에 대한 모욕행위는 실제 사용자에 대한 모욕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게시한 글의 내용과 표현 수위, 불법행위 이후 정황,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들을 종합해 위자료 액수를 각 10만 원으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