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노리는 ‘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기승
피해자 절반, 청년층 … “돈 요구하면 100% 사기”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사칭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의 피해자 절반 이상이 2030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억원 이상을 편취당한 사례들도 증가하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6753억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8856억원)의 76.2%를 차지했다. 1건당 피해액은 7438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218만 원)에 비해 76.3% 증가했다.
특히 범죄조직이 가상자산을 노리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1억원 이상 피해자 중 20~30대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17%에서 올해 1~4월 26%, 5~7월 34%로 증가세다. 건당 피해액은 작년 1~8월 4218만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7438만원으로 76.3%나 커졌다.
경찰은 20~30대 청년층이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것은 이들 세대가 비대면 금융환경과 가상자산 투자 등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범죄 조직이 정교한 시나리오와 범행 수단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철저히 통제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범죄조직이 활용하는 주요 수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끼문서’ 방식으로 카드 배송이나 등기우편을 빙자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정교한 가짜 구속영장이나 인출 명세서를 자동 생성해 제시한다. 피해자는 자신이 실제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오인하게 된다.
또 다른 수법은 ‘보안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이다. 범죄조직은 피해자에게 보안 유지를 이유로 기존 메신저 대신 대화삭제 등 증거인멸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시그널·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를 쓰게 한다. 이후 해당 메신저를 이용해 매시간 활동사항을 보고하도록 지시해 피해자가 현재 상황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장악한다.
핵심 범행 도구로 꼽히는 것은 ‘구형 휴대전화 개통’이다. 보안이 취약한 구형 기기에 악성 앱을 설치해 수·발신 번호 조작, 위치 추적 등을 통해 피해자를 완전히 통제한다.
최근에는 국세청을 사칭해 자영업자에게 세금 미납 혐의를 추궁하거나, 해외 교포·유학생을 상대로 대사관 직원을 사칭해 마약 사건 연루를 속이는 등 피해자의 직업·환경을 노린 맞춤형 수법도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셀프감금형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전국 숙박업소에 홍보 포스터 5만부를 배포했으며, 그 결과 실제 포스터를 보고 사기 피해를 인지하는 사례들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앞으로 금은방 등 주요 범행 장소를 중심으로 맞춤 홍보를 확대하고 금융사 직원·통신사 대리점주 등을 대상으로 현장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시민들도 예방 수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은 웹사이트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거나 텔레그램·시그널 등 특정 메신저 이용, 별도 휴대전화 개통을 지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자산 검수 명목의 금융정보 제공 요구, 대출·가상자산 환전 후 자금 전달 요구는 모두 보이스피싱이므로 현금·가상자산 이체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은 범정부 종합대책에 발맞추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국민들도 범죄 수법과 대처 방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