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이자제한 적용 대상 아냐”

2025-09-19 13:00:16 게재

대법 전원합의체, 손해배상 성격 첫 판단

대부업법과 달리 해석해 실무 혼란 해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처음으로 내놨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대부업법 사안에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로 봤지만, 이자제한법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이로써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실무상 혼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도상환수수료를 일률적으로 최고이자율 제한 대상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과도한 사적 자치 제한과 거래 위축 우려를 방지하되,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의 직권 감액을 통해 채무자 보호와의 조화를 도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채무자가 대출금을 만기 전에 갚으려면 금융회사에 내야 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총 13명 중 10명의 다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채무자는 불리해지는 반면 금융회사는 유리해질 수 있다.

이 사건은 A사가 지난 2019년 B사에서 68억원을 빌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A사는 대출 기한 만기 전에 빚을 다 갚으면서 중도상환 수수료 2억8800만원도 냈다.

이후 A사는 “당초 B사는 68억원을 빌려주기로 했으나, 각종 수수료와 선이자를 먼저 공제해 실제로 55억원만 지급했고, 조기상환 과정에서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받아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넘긴 이자를 챙겼다”며 소송을 냈다.

핵심 쟁점은 중도상환 수수료가 이자제한법이 이자로 간주해 최고금리 계산에 포함하는 대상인지 여부였다. 이자제한법 4조 1항에는 ‘예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체당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금전의 대차와 관련해 채권자가 받은 것은 이를 이자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금융회사가 각종 명목을 붙여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받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다.

1심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이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사가 이자제한법 상한을 초과해 받은 6억7900여만원을 A사에 돌려주라고 했다. 2심도 중도상환 수수료를 이자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전대차와 관련된 대가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되고, 초과 부분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반대로 판단했다. 이날 전원합의체는 “중도상환 수수료는 채무자의 기한 전 변제로 인한 채권자의 손해배상으로 지급되는 돈이므로 본래적 의미의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중도상환 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면 최고이자율이 적용되고,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중도상환 수수료를 간주이자에 포함하지 않더라도 이자제한법 6조에 따른 배상액의 직권 감액 등을 통해 채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이흥구·오경미·박영재 대법관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이자제한법상 이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 3명은 “중도상환 수수료는 금전대차와 관련하여 채권자가 받은 것으로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다”면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로 보지 않으면 최고이자율 탈법 행위를 방지할 수 없게 되므로 간주이자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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