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구조적으로 지나친 저금리 어려움 강조

2025-09-19 13:00:36 게재

한국 고령화 장기침체 따른 실효하한금리 도달 우려

IMF 초청강연서 밝혀…“양적완화 등은 부작용 우려”

한국은 앞으로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경제가 구조적 장기 침체에 빠지면 실효하한금리에 이르러 유동성 확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 대담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미셸 캉드쉬 전 IMF 총재 이름을 딴 중앙은행 강연’에 연사로 나서 “새로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실효하한금리(ELB)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이 활용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한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효하한금리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는 과정에서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한계 지점을 의미한다. 이론상으로 마이너스 금리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자본 유출이나 자산시장 과열 등 부작용이 드러나 금리를 계속 낮출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이미 제로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까지 시행한 경험이 있는 일본 등 선진국은 금리인하 대안으로 양적완화(QE) 등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해왔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상황이 아니고 고령화 등 구조적인 장기침체로 한국과 같은 나라가 실효하한금리 상태에 빠질 경우 양적완화 등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화의 평가 절하를 유도하면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긴다”면서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속적 평가 절하를 예상해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고 한국은 대외 순채권국이지만 외화 유동성 경색에 따른 이른바 ‘흑자 도산’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스위스 방식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고유동성 자산을 시장이 흡수하면서 담보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계정을 갖지 못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유동성 제약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실효하한금리 상태에서 금리인하를 대체할 통화정책 수단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같은 대출지원제도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한은을 비롯한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에 저금리 자금을 공급해 이들이 특정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수단이다.

이 총재는 “경제학 교과서는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고 실효하한금리에 도달하면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유용하다고 가르쳐왔다”며 “따라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보다 준재정적 정책수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총재는 보다 근본적으로 실효하한금리 상황 자체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실효하한금리 위험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등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며 “사후적인 재정과 통화정책 대응보다 사전에 구조개혁을 통해 실효하한금리 상황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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