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국내조선소 추가 안한다
이상균 대표 “HD현대미포 조선소 잘 활용”
‘마스가’ 따라 미국조선소 인수는 계속 추진
HD현대중공업이 미국조선소 인수를 추진하지만 국내 다른 조선소에 대한 추가 투자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은 1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22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식에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와 관련해 군산조선소 활용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 이후 체결한 협약에 따라 미국조선소 인수는 계속 추진한다.
◆“대규모 외국인력 도입도 없을 것” = 이 대표는 “새로운 조선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합병 후) HD현대미포 조선소를 잘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지난달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이 대표는 인력 수급과 관련해서는 “최근 지원자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서 대규모 외국인 인력 도입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족할 때만 해외에서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조선소 인수는 계속 추진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소 인수를 놓고 여러 기업과 협의 중’이다. 로이터는 최근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앞으로 언젠가는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상에 참여한 기업들의 이름이나 잠재적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은 해군 역량에서 미국과 중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전투함 건조 능력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불가피하게 조선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단기적인 함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이 구축해 놓은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은 한·미 양국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인용,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고의 생산능력을 보유했던 미국 조선소들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0.0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세계 상선의 83%를 건조했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는 조선소에는 지난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 미국 서부 해안을 거점으로 전 과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너럴 다이내믹스(GD.N)의 조선소가 있고,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N)가 미 해군의 공급업체로서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지난 7월, 미국과의 관세 인하 협상을 하며 1500억달러를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미포조선과 합병을 발표하며 미포의 조선소를 활용해 전투함 사업을 확대하고 한·미 조선 프로젝트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조선소 인수해도 직접 운영은 신중 = 이와 관련 HD현대는 19일 “로이터 보도는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미국조선소 인수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이후 체결한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에서 추가 진전된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HD현대는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HD현대는 핵심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참여해 투자 프로그램의 성공적 운용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특히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쟁력,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서버러스 캐피탈은 투자 프로그램의 운용사로 투자 전략 수립과 관리 전반을 책임진다. 한국산업은행은 한국 투자자의 참여구조를 설계하고, 모집을 지원하는 등 투자 프로그램의 성공적 운용을 도울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투자와 관련 한화오션과 다른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HD현대는 로이터 보도와 관련 현재 협상 중인 것으로 오해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사의 정정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한화오션이 공세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HD현대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미국투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버러스캐피탈이 미국조선소를 인수해도 직접 운영하는 방식보다 지분참여와 기술지원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을 파견하는 문제도 최근 조지아주에서 불거진 이민국의 단속 문제 등으로 민감하고 유동적인 상황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