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에 물가상승 ‘명절 이중고’

2025-09-22 13:00:21 게재

추석 예산 71만원 26%↑ 효 인플레 용돈만 38만원

차례간소화, 과일은 국산

추석 연휴(최대 10일)가 길어지면서 소비자 명절 지출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긴 연휴뿐 아니라 물가상승에 ‘효도 인플레이션’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22일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 1000명 대상 ‘2025년 추석 지출 계획’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추석 지출예산은 평균 71만23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추석 5일 연휴 당시 56만3500원보다 14만8800원(26.4%)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하루 평균 지출로 계산하면 지난해 추석 때 11만2700원에서 올핸 10만1800원 되레 감소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측은 “올해 추석 총 예산이 26%나 늘어난 건 연휴 기간보다 품목별 비용상승과 부도님 용돈 같은 명절 관련 고정지출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응답자 62.4%가 지난해보다 추석예산을 증액할 계획이며 8.2%는 2배 이상 지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세부예산으로 보면 부모님 용돈과 선물비가 38만6100원으로 전체 예산 54.2%를 차지했다. 단일 항목으로 압도적 1위다. 이어 차례상(29만4600원) 친지·조카 용돈(27만400원) 내식비용(24만7200원)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맥락에서 부담되는 지출을 묻는 질문에도 부모님 용돈이 22.1%로 1위를 차지했다. 차례상 차림비(17.6%) 내식 비용(15.9%)이 뒤를 이어 금액뿐만 아니라 심리적 부담도 크다는 점을 미뤄 짐작케했다.

추석 연휴 활용 계획을 보면 집에서 가족과 휴식(46.8%)이 가장 많았다. 긴 연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의식한 결과로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측은 해석했다. 전통적 귀성은 36.4%로 과반수를 밑돌았다. 또 국내여행 계획(23.2%)이 해외여행(5.7%)보다 4배 많아 경제성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 뚜렷했다.

응답자의 24%가 추가적인 휴가를 활용해 8일 이상 초장기 연휴를 계획하고 있는데 연장 사유로는 ‘충분한 휴식’(49.6%)이 압도적 1위였다.

이어 국내여행(32.5%), 가족과의 시간(29.6%) 순이었다. 해외여행 목적은 12.9%에 그쳤다.

차례상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전통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13.3%에 불과했고 간소화(40.2%) 안함(23.5%) 가족식사 대체(22.7%) 등 86.4%가 변화를 시도한다고 답했다. 간소화 노력에도 차례상 예산은 여전히 29만4600원 수준을 유지했다. 간소화 사유로는 가사부담(44.5%) 경제적 부담(39.3%) 시간적 부담(36.3%)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추석 음식 장만에서 품목별 부담도를 조사한 결과 과일이 3.94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축산물(3.64점), 수산물(3.55점)이 뒤를 이었다.

가격 부담에 따른 수입산 구매 의향은 품목별로 차이를 보였다. 축산물의 경우 22.5%가 수입산 구매를 고려한다고 답한 반면 부담도 1위인 과일은 수입산 고려가 13.3%에 그쳤다. 과일만큼은 비싸도 국산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측은 “한국사회 명절 문화가 개인화·다양화되고 있지만 가족 중심 관계 유지비용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특히 효도비용이 명절지출 핵심이 되면서 ‘효도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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