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11만 당원 의혹 … 국힘, ‘3가지 위험’ 직면
특검, 통일교 신도 11만 명 국힘 입당·투표 가능성 수사
전대 결과·경선 시스템 신뢰 흔들 … 보수 기독교계 반발
2022년 11월 실시된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 직후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통일교 등 일부 종교 신도들이 대거 입당해 전당대회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우호적인 통일교 등이 신도들을 대거 입당 시킨 뒤 표를 몰아줬다는 것이었다. 윤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패했지만, 당원투표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후보로 선출됐다. 이 같은 종교 개입설은 이듬해 초 국민의힘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도 되풀이됐다.
국민의힘 전직 당직자는 21일 “통일교나 신천지 신도들이 대거 입당해 최근 수 년 동안 친윤쪽을 도왔다는 설이 유력했다. 친윤쪽이 지금껏 주도권을 잡고 있어서 검증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특검 수사에서 뒤늦게 단서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8일 압수수색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 이 중 통일교 신도로 추정되는 11만 명의 존재를 확인했다.
특검은 이들이 △2022년 11월 대선후보 경선 △2023년 3월 당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2024년 4월 총선 경선 과정에서 실제 투표권을 행사했는지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과 홍준표 전 대표 등은 특정종교 신도들의 국민의힘 경선 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의 선거인단도 57만 명 정도였다”며 “통일교 당원 11만 명이면 선거인단의 21%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SNS를 통해 “통일교 11만, 신천지 10만, 전광훈세력등을 합치면 그 당(국민의힘)은 유사종교집단 교주들에게 지배 당한 정당이나 다름없다”며 “그 당은 윤석열 이후 모든 당내 선거에서 유사 종교집단 교주들의 지령에 따라 지도부와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꼭두각시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민주당과 홍 전 대표 주장대로 통일교 등이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킨 뒤 전당대회에서 특정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면 국민의힘은 3가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통일교 등의 전당대회 개입이 사실이라면, 이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윤 전 대통령과 친윤 지도부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 ‘진짜 당원’이 아니라 ‘신도 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선출됐다면 정당한 대선후보·당 대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국민의힘 경선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경선 시스템(전당대회)이 특정종교 개입으로 인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허점이 확인된다면, 현행 경선 시스템은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들어진다.
세 번째로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친윤이 경선 승리만을 위해 통일교 등의 도움을 받았다면, 보수 성향이 강한 기독교계조차 이를 용인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16일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은 “국민의힘과 지난 정부(윤석열정부)가 무속·사이비종교와 결탁한 점과 군사독재의 아픔을 기억하는 국민 앞에 군대를 동원해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통일교 대거 입당설은 부풀려진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도 한다. 국민의힘 원외 인사는 22일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누군가 통일교 신도들을 대거 입당시켰다고 떠벌리기에 통일교 내부를 통해 확인해보니 아주 미미한 숫자에 불과했다. 2023년 전당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통일교 대거 입당설은 브로커들의 허풍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