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 구속 기로

2025-09-22 13:00:43 게재

‘권성동 1억·김건희 고가 선물’ 혐의

22일 영장심사, 이르면 밤늦게 결과

‘국민의힘 당원 가입’ 등 수사 영향

윤석열정부와 통일교 간 이른바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한학자(사진) 통일교 총재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김건희 특검팀이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한 데 이어 한 총재의 신병까지 확보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법조계에 따르면 정재욱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앞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18일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교단 자금으로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구매해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건네며 교단 현안 청탁을 하는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통일교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일교측은 청탁과 금품제공 행위는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7일 특검 조사에서도 한 총재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장심사에서도 한 총재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고령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한 총재가 백내장·녹내장으로 시력이 악화된 점, 최근 심장 수술을 받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며 “구속은 회복할 수 없는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팀은 한 총재가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된 후에야 임의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온 점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들어 구속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42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날 영장심사에는 8명의 검사가 참석해 미리 준비한 220여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활용, 구속 필요성을 제시할 방침이다.

구속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나 다음날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하면 권 의원 등을 통해 전달된 불법 정치자금의 흐름을 규명하는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에게 건넨 현금 1억원 중 절반인 5000만원이 든 상자에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새겨진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에게 이 돈이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한 총재는 권 의원에게 직접 현금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외부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명 규모의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한 상태다.

한편 정 부장판사는 같은 날 오후 4시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 모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진행한다. 그는 통일교 교단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한 총재의 범죄 혐의 대부분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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