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형사 재판관할 ‘대법원 규칙’도 개정추진
합의부 미제사건 5년새 1만5117건, 63% 증가
대법 “쟁점 단순사건들, 단독관할로 조정 필요”
대법원이 전국 지방법원 1심 재판관할을 형사합의부에서 단독으로 되돌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에 이어 ‘대법원 규칙 개정’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1심 합의부 미제사건 수가 1만5117건으로 68.1% 증가하는 등 재판지연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국 지방법원 형사합의부에 몰리는 재판부담 완화를 위해 대법원 규칙 개정의 필요성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민사사건 법률위임으로 이미 시행” = 형사사건의 경우도 민사사건과 같이 법원조직법에 ‘형사사건에서는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사건’으로 하는 법률위임 규정을 두자는 것이 핵심 골자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조직법은 민사사건 중 합의부 관할이 되는 사건을 대법원 규칙에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며 “형사사건에서도 법원조직법에 대법원 규칙으로 법률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계를 보면 형사합의부 사건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비교적 쟁점이 단순한 사건, 심리가 복잡하지 않은 사건들을 단독관할로 조정해 형사합의부의 전체적인 업무부담 가중을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자원이 중요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원조직법(제32조 제1항 제2호)은 ‘민사사건에서는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사건’을 합의부 관할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당 법률위임으로 대법원 규칙(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항)은 합의부 심판에서 제외되는 민사사건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1심 합의부 재판대상이면서 단독판사 재판관할인 민사사건은 △수표금·약속어음금 청구사건 △은행·증권회사·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원고인 대여금·구상금·보증금 청구사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 정한 손해배상 청구사건과 채무부존재확인 사건 △단독판사가 심판할 것으로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들이다.
◆ 늘어나는 1심 형사합의부 재판 = 1심 형사합의부 사건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민국법원 사법정보공개 포털의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지방법원 1심 합의부 접수 사건 수는 2021년 12월 1701건에서 2025년 7월 2666건으로 56.7% 늘었다. 2022년 1696건으로 소폭 줄었다가 2023년 1705건, 2024년 2205건으로 늘었다.
그 영향으로 지난 5년간 1심 합의부 미제사건 수는 2021년 12월 9265건에서 2025년 7월 1만5117건으로 63.1% 증가했다. 2022년 1만226건으로 늘었다가 2023년 9554건으로 소폭 줄어든 뒤 2024년 1만3366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지난 5년간 1심 합의부 접수사건 수는 2021년 12월 103건에서 2025년 7월 193건으로 87.4% 늘었고, 미제 사건 수는 2021년 12월 1125건에서 2025년 7월 1277건으로 13.5% 증가했다.
또 ‘2024년 사법연감’ 형사편에 따르면 5년간 전국 지방법원 1심 공판 형사합의사건(불구속 기준) 평균 처리기간은 2018년 159.6일로 5개월가량에서 2023년 228.7일로 8개월가량으로 늘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평균 처리기간은 2023년 구속 167.3일, 불구속 390.3일로 구속과 불구속 간 재판기간 격차가 2.3배로 확대됐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구속기간은 2개월이다. 다만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심급마다 2차에 한해 법원 결정으로 갱신할 수 있고 갱신한 기간도 각 2개월이다. 따라서 재판을 위해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1심 6개월, 2심과 3심 각각 4개월부터 6개월까지 합계 1년 2개월에서 1년 6개월에 이른다.
◆ 합의부서 단독관할된 사례, 여럿 있어 = 앞서 대법원은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의 합의부 배당으로 사건 수가 급증하자 단독관할로 되돌리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 발의에 입법지원을 한 바 있다.
범죄의 법정형이 상향되면서 단독에서 합의부 사건이 됐다가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다시 단독관할이 된 사건이 여럿 있다.
대표적 사건은 위험운전 치사죄다. 2007년 12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제5조11)이 개정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법정형으로 상향되면서 단독판사 관할에서 합의부 관할이 됐다. 이후 2012년 12월 18일 증거가 명백해 다툼이 크지 않는 점을 고려해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단독판사 관할도 다시 조정됐다.
또 3회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이른바 3진 아웃제)는 2011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법정형이 상행되면서 단독판사 관할에서 합의부 관할로 됐으나, 역시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다시 단독판사 관할로 조정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