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할머니·손주 화분 만들고 식물 배우며 소통

2025-09-23 13:00:03 게재

강남구 역삼복지관 1·3세대 ‘이음정원’

신노년층 수요 대응 70플러스 특화사업

“안녕하세요~.” “어서 와, 내 짝꿍.” “어서들 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노인복지관 4층. 난데없이 어린이들이 뛰어 들어온다. 노년층을 위한 시설인데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제각각 정해진 자리로 다가가자 앉아 있던 복지관 회원들이 두팔을 벌려 아이들을 맞는다. 이웃 아이들이지만 친손주를 맞는 듯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들이다. 한달에 두차례 만나 작은 화분을 만들고 식물에 대해 배우는 자리다.

23일 강남구에 따르면 구는 70세 전후 신노년층 주민들의 다양한 복지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맞춤형 과정인 ‘70플러스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노인복지센터 등 노인 관련 복지분야 사업을 진행하는 시설을 대상으로 공모를 받아 발표심사까지 거쳐 프로그램을 선정한다. 지난해 강남노인종합복지관 등 11곳에서 19개 과정을 진행해 1249회에 걸친 각 과정에 참여한 주민만 연인원 1만3311명에 달한다.

이음정원 참여 주민이 짝꿍과 함께 풍란 화분을 만들고 있다. 사진 강남구 제공

올해는 신노년층의 활기차고 다채로운 여가생활을 위한 문화·예술, 은퇴 후 노년기 삶의 질 향상과 자아실현을 위한 학습 및 활용 프로그램 등 4개 주제를 내걸었다. 다양한 세대나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사회참여형 과정, 노인성 질환 예방 및 자가 치료와 관련된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공모 주제에 포함됐다.

역삼노인복지관은 지난해에 이어 1·3세대가 함께하는 이음정원을 택했다. 코로나19 시기에 식물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여기에 더해 참여자들에게 의미 있는 관계 형성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아동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오지영 관장은 “마침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에 구립 역삼가애어린이집이 있어 협약을 맺고 7세반 아이들과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할아버지도 손주도 커다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이름 앞에 다양한 형용사를 붙여 자기 소개를 대신한다. 어른들은 ‘다정하고 친절한’ ‘긍정적이고 지혜로운’ ‘사려깊은, 시간관념이 뚜렷한’ 등을 택했고 아이들은 ‘귀엽고 튼튼한’ ‘긍정적인, 믿음직한’ ‘예쁜, 부드러운’ 등 수식어를 붙였다. 김슬기 팀장은 “어르신들에게는 긍정적인 인식을 주는 효과가 있고 아이들은 형용사를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육정원과 수경재배 화분, 허브 주머니 만들기 등 원예치유 활동이 1세대와 3세대가 함께하는 ‘세대이음’이다. 1시간 뒤 아이들이 “행복했어요” “신났어요” 인사를 남기고 떠나면 회원들이 세대 교류 경험을 내면화하는 ‘마음이음’이 이어진다. 요양센터 이용자에게 함께 만든 화분을 선물하는 등 ‘마을행사’까지가 ‘이음정원’ 활동이다. 마지막 7회기때 그간 활동 내용을 되돌아보고 소감을 나누는 성과 공유회로 마무리하게 된다.

상·하반기에 나눠 두차례씩 진행하는 이음정원에 대한 참여자들 만족도는 높다.

역삼동 주민 김진순(70)씨는 “오는 길이 너무 즐겁고 친구들 만날 생각을 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며 “1시간동안 1년은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웃 방 모(76)씨는 “아들이 50살인데 장가를 안가 다른 손주들이라도 보려고 참여했다”며 “약을 많이 먹으니 정신이 흐릿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아이들 때문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어르신마다 봉사 여가 교류 등 원하는 활동이 다른 만큼 다양한 수요를 담아낼 수 있는 맞춤형 과정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돌봄과 여가를 넘어 건강 교육 사회참여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지원 모형을 구축해 고령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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