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일본 종합상사 지분 10% 넘어…“50년은 안팔아”
6년 넘게 주식 꾸준히 사들여, 대부분 2~3대 주주 지위 확보
닛케이비즈니스 “사업 포트폴리오, 버핏 투자철학과 맞아”
버크셔 해서웨이, 17년간 보유했던 BYD 지분은 전량 매각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일본 종합상사를 추켜세웠다. 그는 당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일본 종합상사 주식은) 앞으로 50년 동안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투자의 신이 일본 종합상사에 호감을 갖는 데는 (종합상사가)다양한 사업에 투자하는 사업방식이 자신의 철학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버핏의 종합상사 선호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2000~3000개에 이르는 일본 상장기업을 소개하는 핸드북을 넘기면서 종합상사 5곳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당시 “(주식이)이렇게 바보같을 정도로 싼 가격에 팔릴 수 있느냐”고 말하고 종합상사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종합상사는 자원과 에너지부터 자동차와 의류, 식품까지 광범위한 사업을 거느리고 있다. 닛케이는 “버핏의 경영철학과 일본 종합상사의 사업영역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카콜라와 쉐브론 등 식품에서 의류, 에너지까지 다양한 영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장해 왔다. 이러한 점이 일본 종합상사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합상사는 특정 업종이나 국가를 상대로 한 사업에서 일부 흔들리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합상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종합상사 5개사는 모두 지금까지 배당액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이들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배당성향이 2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5대 상사의 지난해 결산 배당성향은 모두 40%를 넘어선다.
미쓰비시상사는 지난해 결산 배당성향이 42%에 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 9500억엔(약 9조원) 가운데 4000억엔(약 3조8000억원) 이상을 배당으로 환원했다. 버핏 회장은 “종합상사 5개사 모두 적절한 시기에 배당을 늘리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보수도 미국 기업과 비교해 적은 편”이라고 했다.
라쿠텐증권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종합상사에 대해서는 비즈니스모델 등을 평가하고 있다”며 “버핏은 무조건 장기투자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아닌 주식은 바로 팔아버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들고 있는 것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워런 버핏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미쓰비시상사와 이토추상사 등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상사 5곳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듬해 8월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들 5대 종합상사의 지분을 약 5%씩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불과 1년 만에 개별 기업의 5대 주주 안에 들어갈 정도의 지분을 빠르게 매입한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후 꾸준히 이들 기업의 지분을 늘렸다. 내일신문이 개별 공시자료에 따른 2025년3월기(2024년4월~2025년3월) 결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10%를 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쓰비시상사(10.23%)는 일본마스터트러스트신탁(15.41%)에 이어 2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했다. 미쓰이물산(10.40%) 지분도 일본마스터트러스트신탁(16.87%)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이토추상사(9.22%)는 이 회사 자사주(10.43%)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투자로 현재까지 막대한 평가 이익도 거두고 있다. 예컨대 미쓰비시상사 주가는 버핏이 투자를 시작하기 전인 2019년 6월 주당 900엔대에 머물렀지만 22일 종가 기준 3600엔까지 치솟아 4배 수준에 달했다. 이토추상사도 같은 기간 주당 2000엔 수준에서 8735엔까지 상승했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는 22일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중국 BYD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날 버크셔 해서웨이가 BYD 보유 지분 전체를 매도하면서 17년 장기투자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했다.
2008년 첫 지분 투자 이후 17년간 BYD 주가는 4500% 상승했다. BYD 측은 그동안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지원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BYD 브랜드 총괄사장 리윈페이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2년 8월부터 버크셔는 BYD 주식 보유량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기 시작했다”면서 “주식 투자는 매수가 있으면 매도가 있는 것으로 이는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