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석탄화력’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기대
정치적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우리나라에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게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다. 탄소중립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공포 때문이다.
진보정권이건 보수정권이건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대해 이견이 없다.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미 2022년 12월 보령 1·2호기가 폐쇄된데 이어 올해 말 태안화력 1호기가 문을 닫는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남에서는 2038년까지 29기 가운데 22기가 폐쇄된다. 산업의 동력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런데 모든 국민들이 기뻐해야 할 폐쇄가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소로 가장 큰 고통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이다.
충남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1기 가운데 29기가 몰려 있다. 이들 모두 서천 보령 태안 당진 등 서해안 시·군에 위치해 있다. 석탄을 해상으로 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이들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역경제의 한축을 담당해왔다. 서해안 관광지와 석탄화력발전소의 결합이라는 기형적인 지역경제가 형성된 것이다. 이들이 원하게 아니다. 국가권력에 의한 것이다. 1978년 서천의 대표적 관광지였던 동백정해수욕장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세워진 게 대표적이다.
그 사이 이들은 전국 어느 곳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시달렸고 이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서울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나라 안에 또 다른 식민지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처럼 석탄화력발전소로 고통을 겪던 이들이 폐쇄로 또 다시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은 참담한 역설이다. 2022년 가장 먼저 발전소가 폐쇄된 보령시의 경우 인구 10만명선이 무너졌다. 발전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떠났기 때문이다. 인구 6만명의 태안군은 벌써부터 지역경제 붕괴라는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여야 국회의원들이 비슷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무려 14건이나 발의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이다. 이 특별법에는 또 다른 별칭이 있다. ‘정의로운 전환법’이다. 사회 안에서 한 집단이나 지역이 전체를 위해 피해를 입을 경우 그 사회 전체가 고통을 분담해 해당 집단이나 지역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돕는 법이라는 의미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한 집단이나 지역의 희생을 권력으로 강요했던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