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등 저학년 AI교육, 시기상조인가

2025-09-24 13:00:02 게재

이재명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AI)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챗GPT, 구글 제미나이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아이들은 숙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심지어 게임을 할 때도 AI와 만난다. 이런 흐름 속에서 ‘AI교육은 아직 이르다’는 우려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교사들의 업무 과중, 교육과정 편성의 어려움, 학교 현장의 준비 부족 등 현실적 고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 것인가’다. 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기초 AI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아이들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스마트 스피커, 챗봇 등으로 무의식적 AI 경험을 하고 있다. 이 시기에 ‘AI는 마술이 아니다’,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AI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면 아이들은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다.

AI교육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생활 속 AI 사례를 관찰하고, 블록형 코딩이나 간단한 AI 체험 도구로 흥미를 높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사진 앱의 얼굴 인식 기능, 음성 비서의 답변 원리를 탐구해 보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사이버 예절 등 디지털 윤리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 중학교에서는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의 기본 원리를 배우고, 가짜뉴스 판별 실습이나 온라인 혐오 표현 탐지 활동으로 사회적 쟁점을 토론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같은 심화 개념을 배우고, AI가 일자리·사회구조에 미치는 영향까지 탐구해야 한다. 이런 단계적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AI시민교육이다.

그러나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의 종합 로드맵이 필요하다. 첫째, 교사 연수를 의무화하고 연 1회 이상 정기 연수를 보장해야 한다. 교사들이 AI의 원리를 이해하고 수업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교 급별·단계별 표준화된 AI교육 교재와 체험형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한다. 현재는 학교별, 교사별 역량 차이가 커서 교육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역사회·대학·기업과 연계한 실습 환경을 마련하고, 학생들이 실제 데이터를 다루고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학부모 교육도 병행해 AI교육의 필요성과 안전한 활용법을 공유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교육 효과는 배가된다. 다섯째, 교육청과 정부는 시범학교 운영, 성과 평가, 우수사례 확산 체계를 구축해 교육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핀란드, 싱가포르 등 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초등 단계에서 AI 리터러시를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한국이 교육 강국으로 남기 위해서는 ‘언제 시작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잘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 미래 위한 가장 강력한 투자

AI 시대 교육은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다. 교사·학부모·지역사회·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기상조 논란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현장의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는 일이다. 아이들이 AI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가장 강력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철규 수원효동초 교장 뇌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