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미터 밑 폭염에도 잘 크는 배추

2025-09-24 13:00:05 게재

CJ제일제당 고온적응 ‘그린로즈’ 개발

기후변화 선제대응 농가소득증대 효과

괴산서 재배 비비고 김치로, 특허출원도

CJ제일제당이 여름철 폭염에도 잘 자라는 배추 품종을 개발해 주목된다. 당장엔 배추뿐이지만 이 분위기라면 농산물 생산·유통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기세다.

CJ제일제당 측은 일단 기후변화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다. 향후 기대되는 농가소득 증대 역시 우선고려 대상이 아닌 ‘덤’이다.

일반 품종과 그린로즈 비교. 오른쪽 큰 배추들이 그린로즈다. 사진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2018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국내 최초로 여름철 해발 400m 이하 저고도 지역에서도 재배 가능한 신품종 ‘그린로즈’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해마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여름 배추 재배지인 고랭지 재배 환경이 악화되며 양질의 배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반복하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 그만큼 고온적응성 배추 품종이 질실해졌다는 얘기다.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그린로즈 시범 재배지 전경. 사진 CJ제일제당 제공
배추는 15~18도 이하 서늘한 온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600~1100m의 고랭지에서 재배한다. 그러나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 영향으로 최근 강원도 태백 등의 여름 배추 재배지에서도 농사를 아예 포기하거나 양배추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비중이 늘면서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 측은 “수확기에 마치 개화한 장미 봉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그린로즈는 25도 이상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결구(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뭉쳐지는 것)가 이루어져 저고도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 폭염과 장마는 물론이고 일시적 가뭄 등 기후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지난해 충북 괴산군 3305㎡(1000평) 규모 시범재배지(해발고도 약 200m)에서 ‘그린로즈’ 성능 검증을 마쳤다.

김치 만드는 시험도 벌였다. 현재 ‘그린로즈’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올해 재배한 배추로 일부 비비고 김치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그린로즈’ 개발로 배추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향후 여름에도 안정적인 배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옥수수나 감자 등 기존 여름철 재배작물 대비 농가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배추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CJ제일제당 기술력을 총 동원해 ‘그린로즈’를 개발했다”며 “그린로즈 재배 면적과 생산량을 점차 확대, 여름철 배추 수요를 단계적으로 대체해 나감으로써 안정적인 제품 생산은 물론 농가소득 증대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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