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변화 성공, 공정한 시장에 달렸다”

2025-09-24 13:00:03 게재

2035년 국가 탄소감축목표 대국민 2차 토론 … 다수 참여자, 투명한 이익 분배 체계 구축해야

“전력망 변혁이 필요한 시기다. 계통을 운영하는 한국전력이나 전력거래소가 책임을 지고 나머지들은 그 우산 아래에서 전기를 소비를 했다면, 이제는 참여자들도 참여형 소비자가 되고 계통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많은 참여자들이 각자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참여하게 되므로 공정한 시장, 공정한 관리 체계가 있어야 한다.”

2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전력 부문’에 참여한 원동준 인하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정부는 10월 16일까지 5차례 토론회를 더 열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정부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력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가정과 기업까지 전달하는 △송전선로 △변전소 △배전선로 등 모든 전력 기반시설이다. 계통은 전력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체 과정이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운영되는 전력 체제다.

원 교수는 또 “지금까지는 전원에 대해서만 유연성(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 방법을 동시에 활용해서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저장장치는 물론 부하(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것), 계통도 유연해져야 한다”며 “전력망 역시 큰 망 안에 작은 망들이 계층적으로 연결되는 차세대 구조(프랙털 그리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기존에는 발전소만 전력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여 전력 수급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전기를 사용하는 공장이나 가정도 전력망 상황에 맞춰 체계적이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전력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전국을 하나의 거대한 전력망으로 운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단지별로 소규모 전력망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서로 연결되는 구조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만약 한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해도 다른 지역은 영향을 받지 않고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법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다. 이 법은 △특화지역 지정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의 계통영향을 사전에 살펴보는 계통영향평가 강화 △신규 수요에 대한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 △지역별 차등요금제 △한국전력 배전망(지역에 전력을 나눠주는 작은 전력망) 운영의 공개·공정성 확보 등의 내용을 담았다. 배전망도 송전망(고압 전력을 멀리 보내는 큰 전력망)처럼 △장기계획 수립 △망운영 규칙 제정 △감시제어 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재생에너지정책연구실장 역시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재생에너지 공급처로 분산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전력망에 재생에너지만 많이 연결하면 끝이 아니라 전력망 전체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또 “재생에너지 강국이라 불리는 유럽연합(EU) 역시 중단기와 중장기적으로 전력망 확충 대안을 고려한다”며 “중단기적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을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섹터 커플링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V2G P2G등)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단순히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만 늘리는 게 아니라 △저장기술 △수요관리 △에너지 전환 기술 등이 유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섹터 커플링은 서로 다른 에너지 부문(전력 교통 난방 등)을 전기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예가 V2G(Vehicle to Grid)와 P2G(Power to Gas)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해 전력이 부족할 때는 전기차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전력이 남을 때는 충전하는 기술이다. P2G는 남는 재생에너지로 수소 등 가스를 생산해 난방이나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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