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팩 신기술, 식품 신선도·재활용 두 토끼 잡았다
SIG, 알루미늄층 제거한 포장재
추가 설비 없고 생산 속도 동일
저조한 종이팩 재활용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개발됐다. 그동안 재활용 현장에서는 멸균팩의 알루미늄 성분과 폴리에틸렌 코팅 수준 차이로 살균팩과 혼합 재활용이 힘들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종이팩 재활용 상당수가 두루마리 화장지인데, 멸균팩을 섞어 재활용해 만들게 되면 미세한 알루미늄 입자가 박혀있게 돼 시장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식품 포장 업체인 SIG가 국내 최초로 재활용 등급 기준에 부합하는 알루미늄층이 없는 멸균팩 ‘SIG 테라 알루프리+풀배리어’를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종이팩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주로 우유팩으로 사용되는 살균팩(카톤팩)과 두유팩 등으로 활용되는 멸균팩(아셉틱 카톤팩) 등이다.
멸균팩의 경우 ‘종이-폴리머-알루미늄’ 3중 구조가 일반적이다. 알루미늄층은 외부의 빛이나 수분 미생물 등으로부터 식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실온에 있어도 일정 기간 신선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국내 재활용 시장에서 멸균팩 속 알루미늄층은 골치거리지만 식품 신선도 측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SIG는 ‘SIG 테라 알루프리+풀배리어’가 이러한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SIG는 알루미늄층을 제거해 2중 구조로 단순화했지만 상온에서 최대 12개월 유통기한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IG 측은 “특히 국내에서는 이 멸균팩이 기존 냉장용 게이블탑팩(우유팩 등)과 함께 수거·재활용 체계에 포함될 수 있어 일반 멸균팩 대비 최대 10배 높은 재활용률이 기대된다”며 “더욱이 이 포장재는 기존 SIG 충전 설비와 100% 호환될 수 있다”고 내세웠다. 이어 “소규모 설비 조정만으로 시간당 2만4000팩의 충전 속도를 유지한다”며 “해당 포장재를 적용한 국내 제품은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새 기계를 살 필요 없이 기존 체제를 약간 변경하면 생산 속도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명현 SIG KOREA 대표는 “멸균팩 내 알루미늄층은 무게의 약 5%에 불과하지만 탄소발자국의 25%를 차지한다”며 “이를 제거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활용 용이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안젤라 루 SIG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중국에서 2023년 이후 4억팩 이상 판매돼 시장성이 입증됐다”며 “한국 출시를 통해 브랜드의 지속가능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