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내일, 전성규 초대전
2025-09-24 13:00:02 게재
‘숨겨진 통로: 얽힘과 응시’
일상의 물질 세계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파동과 울림까지 넓은 회화적 세계를 펼쳐내는 전성규 작가의 초대전이 서울 광화문 갤러리 내일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숨겨진 통로: 얽힘과 응시(Hidden Passage: Entanglement & Gaze)’이다. 10월 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과학기술이 마주한 한계, 서구 철학의 빈틈을 회화로 성찰하고자 하는 전 작가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익숙한 감각적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 실존을 함께 사유하게 만드는 도전적인 여정이다.
전 작가의 작품은 크게 2가지 층위로 읽힌다. 우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푸른 색조의 구불구불한 선들이 눈길을 끈다. 선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겹쳐지며 우주를 순환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상징한다. 심상용 평론가는 “전 작가의 캔버스는 우주의 축소판”이라며 “그의 붓질은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순환을 치열하게 추적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작품 속에는 은밀하게 배치된 의복의 형상이 등장한다. 이는 인간의 몸과 문명 역사, 즉 물질세계를 은유한다. 의복은 잠시의 쾌락과 위안을 담지만 영속적이지 않다. 심 평론가는 “의복은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정신이 도약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며 “전성규가 점선으로 의복을 표현한 것은 그 열림이 희망과 구원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