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충돌, 지방선거 전초전 성격…조기 과열 우려

2025-09-24 13:00:03 게재

국회 법사위 연일 ‘파행’ … 공천 의식 후보들 경쟁적으로 ‘튀는’ 탓 민주당-서울시 ‘한강 버스’ 충돌 … 이 대통령, 타운홀 미팅도 공방

국회 법사위가 연일 파행을 빚고 있다. 여야가 △나경원 간사 선임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 △조희대-한덕수 회동설 △조희대 청문회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추-나 대전(추미애-나경원)’까지 겹치면서 법사위 갈등은 점입가경인 모습이다. 추 법사위원장(“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과 나 의원(“초선은 가만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은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충돌을 부추기기도 했다.

국회 선진화법 준수 요구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 국민의힘을 제외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검찰개혁 청문회 파행에 대해 국민의힘 위원들을 탓하며 국회 선진화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법사위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건 법사위에 내년 6.3 지방선거 후보군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선거 공천을 노리는 후보들이 당원과 언론의 눈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튄다는 것. 추 법사위원장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꼽힌다. 서영교·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분류된다. 나 의원도 서울시장 또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된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비판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규택·나경원·조배숙 의원.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23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나와 “(나 의원) 자신이 추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신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아니면 국민의힘의 차기 유력한 지도자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을 그런 식으로 악용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추 법사위원장이 많이 급하다. 경기도지사 나오려고 완전히. 제가 눈이 돌았다는 표현을 쓴다”고 지적했다.

내년 6.3 지방선거가 8개월 넘게 남았지만 여야는 벌써부터 기선제압을 위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사위 충돌도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지방선거가 ‘조기과열’ 조짐까지 보이면서 여야에서 “자칫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야 충돌은 ‘한강버스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일제히 오세훈표 대표 정책인 한강버스를 비판했고, 오 시장측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전현희 의원은 23일 SNS를 통해 “운항 사흘 만에 고장 난 한강버스, 오 시장은 실패를 인정하고 혈세낭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홍익표 전 의원은 “한강버스 사업은 이미 특혜 의혹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지만, 오 시장의 오만과 불통 행정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폭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과 박용진 전 의원도 ‘한강버스 공세’에 가세했다.

서울시도 반박에 나섰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23일 “최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예비군이 앞다퉈 서울시에 관한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있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가짜뉴스와 허위사실 유포에 단호히 대응하겠다. ‘가짜뉴스 공장장들’은 결국 서울 시민의 냉정한 심판대 위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반격했다.

지방선거 전초전은 이재명 대통령이 불붙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국을 돌며 주민들과 만나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춘천 타운홀 미팅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지사가 두 차례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거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7월 25일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에게는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7월 4일 충청 타운홀 미팅에는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초청도 받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야당 단체장을 병풍으로 세워 면박을 주고 발언권을 차단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전형적인 선거 개입이자 관권 선거”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우선하는 대통령의 당부를 관권 선거로 호도하고 정쟁 소재로 삼으려는 일부 야당의 폄훼는 국민 통합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주지하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시장을 놓고도 여야 간 신경전이 뜨겁다. 민주당은 23일 부산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대대적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7월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 전재수 해수부장관에게 “연내 해수부 청사가 이전 가능하냐”고 물었고, 전 장관은 “올 수 있다”고 답했다. 전 장관은 유력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꼽힌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15일 부산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재명정권이 부산과 지역 균형 발전을 진심으로 생각했다면 정부 조직개편안에 해수부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며 부산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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