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과로사 대책, 현장에선 ‘무용지물’

2025-09-24 13:00:07 게재

이행점검단, CLS 36곳 점검 결과

쿠팡이 지난해 과로사 대책을 내놓으며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제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진보당·전국택배노동조합·민주노총서비스연맹으로 구성된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은 지난 7~8월 전국 36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캠프를 점검한 결과를 23일 국회에서 발표했다.

점검 결과,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으며, 분류작업·프레시백 회수 ·클렌징(Cleansing) 제도 등 과로의 원인으로 지목된 제도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설문 응답자 485명 가운데 431명(88.9%)은 분류작업(통소분)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택배노동자 상당수(66.4%)가 “쿠팡이 분류작업을 책임지기로 했던 약속을 몰랐다”고 답했다.

앞서 CLS는 지난해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과로사 대책으로 △분류작업 이관 △프레시백 강요 금지 △클렌징 제도 개선 △근무 일정 및 휴무제도 조정 등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프레시백 회수 강요는 계속되고 있었다. CLS가 대리점 재계약 평가 지표에 프레시백 회수율을 반영하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배송하지 않은 집의 프레시백까지 회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설문 응답자 489명 가운데 354명(72.4%)은 개선이 없다고 답했고, 110명(22.5%)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고용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되던 클렌징 제도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응답자 474명 가운데 374명(78.9%)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62명(13.1%)은 압박이 더 심해졌다고 호소했다.

클렌징은 대리점이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CLS가 배송 구역을 회수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제도로,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해고 위험을 안겨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형석 택배노조 쿠팡 울산지회장은 “CLS 대표가 ‘(프레시백은) 일부 회수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밝힌 것과 달리 기사들은 현장에서 전체 회수율 95%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노동자는 “하루 평균 3.16시간을 분류작업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주 20시간 가까운 ‘무급노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쿠팡의 로켓배송은 혁신이 아니라 착취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10월 국정감사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CLS는 과로사 대책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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