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신공항 건설 곳곳에서 암초 만났다
감사원, 울릉·흑산 수요 과다산정
새만금은 조류 충돌 위험성 논란
조기 개항 기대하던 지자체 울상
‘지방공항’ 건설 문제가 8개월여 앞둔 내년 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순항할 것 같은 건설사업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2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건설 예정인 신공항은 이미 공정률이 66%인 울릉공항을 비롯해 모두 9곳이다. 부산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흑산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제2공항 경기국제공항 등이다. 광주·전남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이 여전하다.
당장 울릉공항과 흑산공항에 비상이 걸렸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감사결과에 따른 파장이 크다. 감사원은 이날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울릉공항이 여객 수요가 과다 산정됐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여객 수요 산정 시 검토 필요성이 있는 해양수산부의 예측치를 확인하지 않고, 승객 전환율(해운→항공)도 항공에 유리하게 과다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전문기관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여객 수요를 재산정한 결과 55만명(2050년 기준)으로 국토부 예측치(107만8000명)의 49% 수준이다. 감사원은 울릉공항의 활주로 길이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흑산공항 여객 수요 산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감사원이 재산정한 결과 2050년 기준 추정치가 108만명에서 18만2000명으로 무려 83%가 감소했다. 총사업비 증액(1833억→6411억원) 탓에 타당성재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대 악재를 만난 셈이다.
새만금공항 건설 과정도 가시밭길이다. 조류충돌 위험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온 뒤 건설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대 기류는 더욱 강경해졌다.
제주제2공항 건설도 조류충돌 위험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새만금공항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 이후 반대 목소리가 더 커졌다. 공항 건설 예정지 반경 13㎞ 안에 하도 등 철새도래지 4곳이 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행동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무안공항의 568배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지난 5월 현대건설의 사업참여 포기 선언 이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정부가 사업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공항처럼 가덕도신공항도 조류충돌 위험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구경북신공항도 상황이 녹록잖다. 사업추진 명분을 얻기 위해 기부대 양여 방식을 택했는데 사업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공항 건설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면 국가재정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광주 군 공항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 대통령 지시로 지난 6월 정부와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6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공식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군 공항 이전 때 광주시와 전남도 등이 지원키로 했던 사업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국토연구원을 통해 분석 중이다. 이 작업이 끝나야 TF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국에서 진행 중인 공항 건설 사업이 수난을 겪으면서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려던 단체장들의 바람이 무너졌다. 공항이 지역발전을 견인할 핵심 사회기반시설(SOC)이라는 점에서 사업 차질에 따른 상실감도 상당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항 건설은 단순히 교통 문제 해결을 넘어 산업과 관광 등 지역경제를 떠받칠 핵심 기반”이라며 “공항 건설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신일·곽재우·방국진·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