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민사소송 1심선고에 437.3일
2025 사법연감 … 5년 만에 첫 감소
상고심 급증세, 민사 23%·형사 18%↑
지난해 전국 법원의 민사소송 사건 1심의 처리기간이 전년에 비해 소폭 단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심화되던 재판 지연 현상이 법원의 노력 속에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24일 대법원 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의 민사 합의부 1심 사건 접수 이후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437.3일로 집계됐다.
사법연감은 지난해 사법부의 인적·물적 조직 현황, 사법행정의 운영내역, 각급 법원이 접수·처리한 각종 사건의 주요 통계자료 등을 담은 자료다. 대법원은 1976년부터 매년 사법연감을 발간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합의부 1심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19년 298.3일 △2020년 309.6일 △2021년 364.1일 △2022년 420.1일 △2023년 473.4일로 매년 늘어났다. 증가세가 반전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민사소송은 소송가액에 따라 관할이 달라진다. 1심의 경우 소가가 5억원이 넘는 사건은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가, 5억원 이하는 판사 1명이 단독으로 심리·판결한다.
구간별로 보면 사건 접수부터 1심 첫 재판이 열리기까지 평균 기간도 일부 소폭 감소했다. 2023년 △합의부 176.6일 △단독 132.1일 △소액 133.6일이 소요됐지만 지난해 △합의부 168.9일 △단독 133.3일 △소액 139.6일로 파악됐다. 합의부 기간은 줄었지만 단독과 소액의 경우 늘었다.
변론 종결 시부터 선고까지 평균 기간도 2023년 △합의부 49.7일 △단독 32.8일 △소액 6.7일에서 지난해 △합의부 46일 △단독 33.7일 △소액 6.6일로 파악됐다. 단독을 제외하고 소폭 감소했다. 다만 재판 처리 속도는 전년 동기 대비 빨라졌지만 민사 사건은 470만950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만 6462건) 2.91% 늘었다.
지난해 민사합의 사건 선고를 받은 당사자 중 47%가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는 35.5%가 상고했다.
부동산·자동차·선박 등이 담보권 실행 등으로 경매에 넘어간 사건은 지난해 7만5946건으로 전년(6만5181건)보다 16.5% 증가했고, 소송 등으로 인한 강제경매도 4만3368건으로 전년(3만5964건)보다 20.6% 늘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2023년 12월 취임 이후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악화한 재판지연 문제를 사법부의 가장 큰 당면 문제로 꼽으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강조해왔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신속한 재판을 위한 여건 마련에 힘썼다. 법관 및 재판연구원 증원을 적극 추진해 지난해 12월 판사 정원을 3214명에서 3584명으로 5년간 총 370명 증원하는 내용의 판사정원법이 통과돼 올해 1월 시행됐다.
잦은 사무분담 변경으로 인한 심리 단절과 절차 지연을 막고자 지난해 예규를 개정해 재판장의 최소 사무분담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재판장 아닌 법관의 최소 사무분담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각각 연장했다.
각급 법원장과 지원장이 사법행정사무 외에도 원칙적으로 적정한 범위의 법정 재판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그 밖에 감정절차의 충실성·신속성을 높이고자 감정절차 관리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형사소송규칙 개정으로 피고인이 금전공탁을 한 경우 피해자 등에 대한 의견 청취 방법 등을 규정했다. 사건검색시스템의 소송관계인명을 비실명처리해 개인정보 보호조치도 강화했다.
한편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 건수가 70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형사 사건이 모두 증가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은 691만5400건으로 2023년(666만7442건) 대비 약 3.7% 증가했다.
이중 민사사건이 470만9506건(68.1%), 형사사건이 181만9492건(26.3%), 가사사건이 19만2530건(2.8%)을 차지했다.
민사본안 사건은 87만9799건으로 전년(85만926건)보다 3.4%, 형사본안 사건은 34만7292건으로 전년(33만7818건) 대비 2.8% 증가했다.
심급별로 보면 민·형사 사건 모두에서 상고심 접수 건수가 대폭 늘었다.
민사본안 사건 1심은 80만5366건 접수돼 3.2% 증가했고, 2심은 5만9475건으로 1.3%, 3심은 1만4958건으로 23.1% 늘었다. 다만 상고심 접수 건수에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 제기 건수가 포함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 접수 건수는 1만3026건이다.
정식 재판이 열리는 형사공판 사건을 보더라도 1심은 1.3% 늘어난 23만9981건, 2심은 3.4% 늘어난 8만2162건이었으며, 3심은 2만4889건으로 18.0% 증가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