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관광 활성화
서해 낙조와 미식·공연 어우러진 ‘서해선셋다이닝’
해양관광 활성화 정책 성과, 친환경·지역 연계 … 반려동물·레저 체험 결합해 충남 해변 관광 신수요 창출
충남 태안에서 열린 ‘서해선셋다이닝’은 낙조를 배경으로 한 국내 유일의 해양관광 프로그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해양관광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고 인구감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취지를 담고 있다. 친환경 캠핑, 지역 식재료, 반려동물 체험을 결합해 새로운 관광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청남도만이 낙조(선셋)를 주제로 한 관광 프로그램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 공연, 맛있는 음식으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세요.”
20일 오후 6시 태안둘레길캠핑장에서 열린 ‘서해선셋다이닝’ 프로그램은 사회자의 안내 멘트와 함께 막을 올렸다.
해가 바다 수평선으로 서서히 기울 무렵 200여명의 관광객들은 태안산 식재료로 준비된 도시락을 맛보고 브라스 밴드의 선율을 들으며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봤다. 사회생활의 긴장을 잠시 내려두고 음악을 들으며 바닷가를 거닐거나 대하구이 생맥주 와인을 즐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바닷가에서 낙조를 배경으로 음악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낙화 퍼포먼스’ 보며 순간을 기록 = 서해선셋다이닝은 지난해 보령 대천에서 첫선을 보였고 호평을 바탕으로 올해 친환경 캠핑페스티벌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됐다.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와 충남문화관광재단이 함께 한다.
현장에서는 다회용기 사용 등 쓰레기 최소화 실험이 병행돼 친환경 페스티벌의 취지가 살아났다. 수도권에서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를 타고 온 관광객이 적지 않아 수도권과 지역을 연결하는 체류형 관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는 1970~1980년대 분위기를 재현한 복고풍 프로그램을 즐기며 충남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공사의 여행 상품이다.
마지막을 장식한 프로그램은 ‘낙화 퍼포먼스’였다. 어두워진 가운데 참가자들의 소원을 실은 불빛은 천천히 퍼져 나가 하늘로 번졌고 대금 동호회의 연주가 감미롭게 흘렀다. 참가자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어 올리며 순간을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불꽃놀이보다 감성적이고 여운이 남는 마무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부, ‘해양관광 활성화’ 추진 = ‘서해선셋다이닝’은 문체부와 관광공사의 ‘해양관광 활성화’ 사업(해양관광 사업) 중 하나다.
해양관광 사업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방한 관광을 지역으로 분산하고 인구감소 비중이 큰 어촌 연안 지역의 활력을 회복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어촌 연안이 위치한 74개 시군구 중 31곳(41%)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묶인다.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외래객의 수도권 방문 비율은 82.7%에 달하기에 이들이 지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인구감소라는 사회적 과제를 관광으로 풀어낼 수 있다.
관광공사는 △대국민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바다가는 달’ 최초 추진 △지역별 해양관광 콘텐츠 발굴 및 상품화 △지속가능한 친환경 해양관광 홍보를 3대 축으로 잡았다.
실제로 성과가 누적되고 있다. 해양 미식 체험 ‘셰프의 바다밥상’은 응모 1702건, 경쟁률 42.5:1을 기록했다. ‘여행할인전’의 경우, 매출 22억원대를 달성했다. 관련 홍보는 기사화가 1236건에 이르렀다.
권역별로는 △교육 △저탄소 △미식 △치유 등 다양한 주제를 선정했다. 예컨대 경기 ‘시화호 생태학습 여행’, 인천 ‘도서지역 저탄소 섬 여행’, 전남 ‘해산물 미식여행’ 등은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담았다. 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부터 친환경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향후 추진방향에도 주요하게 포함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제주 비양도 생태관광을 진행한 결과, 5~7월 동안 입도객이 전년 대비 39%가 증가했다. 전북 고창 해변승마, 부안 솔섬 낙조 국악 공연 등 신규 상품이 발굴되면서 해양관광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점도 성과 중 하나다.
◆생활 밀착형 체험 함께 = 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는 올해 지역특화 해양관광 활성화 사업의 핵심 주제를 반려동물 동반 여행과 해양레저 관광으로 선정하고 생활 밀착형 체험을 촘촘히 늘리고 있다.
태안 병술만어촌체험마을 ‘댕댕이 갯벌체험’(4~6월), 만리포해수욕장 ‘댕댕 패들보드’(6~8월), 당진 왜목마을해수욕장 ‘펫비치’(12일부터 10월 2일까지) 조성 운영 등은 반려 인구의 일상 관광을 해변으로 끌어들이는 실험이다. 만리포해수욕장의 경우, 패들보드와 웰니스 체험을 결합한 상품으로 반려가족의 참여 폭을 넓힌다.
해양레저 관광도 본격화했다. 장항선을 활용하는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는 과거 복식 체험, 레트로 포스터, 카트 간식 판매와 같은 추억의 콘텐츠를 더해 열차 안에서 이미 여행이 시작되는 구상을 구현했다. 이달까지 모객 실적은 1700여명에 이른다.
당진 난지도 백패킹 여행은 8월까지 84명을 모객했으며 보령 ‘호캠프트래블’은 지역여행 캠핑 시장 공연을 하나로 묶어 지역 상권과 연결한다.
그리고 올해의 핵심 상품 중 하나가 서해선셋다이닝이 포함된 태안 ‘서해선셋캠핑페스티벌’이다. 친환경 웰컴키트와 캠핑 수칙 안내서로 시작해 느린우체통·물멍·불멍존·지역식재료 홍보관·친환경 아이디어 공모 전시 같은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또한 정규 프로그램으로 즉석사진, 천문 강연 및 관측, 엘이디(LED) 쥐불놀이, 지역음식 요리대회, 플로깅(쓰레기줍기), 자신의 소원을 적은 낙화 만들기 체험 등이 진행됐다.
심홍용 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서해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해양 관광자원이 집약된 지역으로, 사계절 모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라며 “앞으로도 지역 특화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광 신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안=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