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소비=미덕’ 등식이 성립하려면
민생회복 2차 소비쿠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를 살린 마중물이었던 1차 지원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내수회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란 판단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풀린데다 최장 10일 긴 연휴라는 점에서 그렇다. 국민 대다수(80%)는 연휴 때 해외보다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금상첨화’다. 1차 때와 달리 2차 지급 땐 영세자영업뿐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으로 소비(쿠폰) 효과가 고르게 퍼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1차 지급 후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매출 증가율이 대형 사업장보다 2배 높았다. 하지만 추석명절을 앞둔 상황에선 소비쿠폰 이상으로 돈을 더 많은 곳에 써야 한다. 돈 쓰기 측면에선 기업도 마찬가지다. 작은 소비가 큰 소비를 부르는 ‘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중물을 넘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확대해석하면 1930년 대공황 시기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소비를 장려하면서 부르짖은 ‘소비는 미덕’ 효과까지 볼 수 있을 판이다.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 생산이 늘고 고용확대와 소득증대로 이어져 다시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 말이다.
다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특히 꺾일 줄 모르는 물가는 큰 벽처럼 느껴진다. 신선신품과 가공식품 같은 밥상물가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또 치솟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공공요금도 꿈틀대고 있다. 소비쿠폰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소비자 추석예산 수치로도 가늠케 한다. 한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올 추석 지출예산은 평균 71만2300원. 지난해 추석 5일 연휴 당시 56만3500원보다 14만8800원(26.4%) 늘었다. 하루 평균 지출로 계산하면 지난해 추석 때 11만2700원에서 올해는 10만1800원 되레 감소했다. 연휴 기간보다 품목(차례상)별 비용상승과 부모님 용돈 같은 명절 관련 고정지출 증가 탓이란 게 소비자단체 분석이다. 고물가 탓에 쓰고 싶어도 맘껏 못쓴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소비가 미덕이 아니라 과소비만 부추기는 꼴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과도한 소비나 부채를 동반한 소비는 파산 도산 미래세대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소비쿠폰 효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선 물가안정이 필요조건이었던 셈이다.
애초 소비쿠폰 지급액을 더 높게 책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윤석열정부 실정에 재정여건, 파급효과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 결정이었을 터. 그럼에도 ‘소비 = 미덕’이란 공식을 성립시키려면 더 세밀하게 정책 틀을 짰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나듯 재정지출은 국민 살림살이에 보탬을 주는 게 최우선이다. 그래야 소비는 미덕이고 민생은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