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복되는 인사 실패 더 이상 방치 안돼

2025-09-25 13:00:13 게재

이재명정부 1기 내각 인선 과정을 지켜보며 깊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국무총리와 19개 부처 장관 중 다수에게서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이해충돌 등 중대한 의혹들이 제기됐다. 경실련이 문재인정부 7대 인사배제 기준에 이해충돌과 아빠찬스를 추가해 분석한 결과, 총 46건의 의혹이 확인되었고, 이 중 32건이 중대하거나 해명이 불충분한 수준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검증을 총괄해야 할 민정수석 후보자조차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지명되었다가 철회된 사태다. 검증 책임자가 스스로 검증되지 않은 채 지명되는 구조적 모순은 대통령실 인사시스템의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재명정부의 인사 실패는 세가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지명 경위가 비공개다. 국회의원 출신 9명(45%), 대기업 고위직 출신 3명이 포함되었지만, 선발 기준이나 이해충돌 해소 방안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다. 둘째, 인사배제 기준 부재다. 대통령실은 어떤 결격 사유를 배제하고, 어떤 자질을 중시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셋째, 검증 결과가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이 실제로 검증을 했는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19개 부처 장관 중대 의혹 제기돼

현행 인사청문제도는 후보자가 자료를 직접 수집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핵심 자료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청문회 당일 직전에 제출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 이번에도 다수 후보자들이 병적기록표, 자산거래 내역, 세금 신고 자료 등을 미제출하거나 지연 제출했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책임 회피 구조다. 대통령실은 “언론을 통해 알았다” 혹은 “자료를 받았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하고, 국회는 “받은 것만 봤다”고 하며, 후보자는 “성실히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도덕성 검증이 과도하다며 비공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도덕성과 정책 역량은 분리될 수 없는 공적 평가 항목이다. 특히 해당 의혹이 직무와 직접 관련될 경우 이는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정책 수행 능력과 직결된 핵심 기준이다. 경실련은 지난 6월 대통령실에 인사검증 기준과 절차 공개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다. 이에 국회에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위한 청원을 제출했다.

핵심 내용은 다섯 가지다. 첫째, 대통령실이 사전검증 결과 요약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한다. 둘째, 공직후보자 본인에게도 직접적인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한다. 셋째, 자료제출 거부 시 서면 소명을 의무화하고 국회가 그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넷째, 고의적 자료 미제출이나 반복적 검증 회피에 대해 제한적 과태료를 신설한다. 다섯째,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하는 행태를 제도적으로 방지한다.

미국 등 주요 민주국가에서는 이미 법적 근거에 따라 검증 항목과 절차를 문서화하고 공개하고 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인사 실패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지명 과정의 투명성 확보, 사전검증 기준의 제도화, 자료 제출의 강제성 확보 등 검증 구조 전반의 개혁이 시급하다.

검증 구조 전반의 개혁 시급

국민은 고위공직자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고, 어떤 검증을 거쳐 임명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더 이상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임명을 강행하거나 철회하는 식의 임기응변은 그만두어야 한다. 국민 앞에 책임지는 인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제도로 답할 때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 위원장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