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회계기본법 제정, 더 이상 미루지 말자

2025-09-25 13:00:14 게재

우리나라 회계제도는 영리부문과 비영리부문 간 격차가 크다. 기업 등 영리법인들은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등에 따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과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받으면서 회계감사공시감독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반면 공익법인과 사립학교 의료기관 등 비영리법인은 각각 상속세 및 증여세법, 사립학교법 의료법에 따라 공익법인회계기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 등의 적용을 받는다. 이로 인해 관할 주무부처가 달라지면서 체계적인 회계시스템 구축이 어렵고 회계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사회 전반에 대한 회계투명성은 국제신인도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영리부문과 비영리부문 회계기준을 전체적으로 통일하는 ‘회계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전체 아우르는 회계 총괄 기구 설치해야

회계기본법은 회계기준과 외부감사제도, 공시제도, 회계감독 및 제재 등에 관해 사회 전체적으로 기본적이고 공통된 원칙을 규정하는 일반법이다. 회계기본법에서 규정된 원칙에 따라 각 부처에서 회계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고 각 부처별 특수한 사항은 별도 규정으로 마련해 시행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영리와 비영리 영역을 아우르는 일관된 회계 규율을 확립하면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현행 제도를 보면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마저 회계 규제에 차이가 있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농협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이 대표적이다. 서민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이지만 회계감사 공시여부 회계감독 등은 각기 다르다.

저축은행은 매년 회계감사를 받고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를 해야 한다. 당국의 감리도 받는다. 신협은 자산 300억원 이상이면 매년 회계감사를 받지만 공시를 하지 않고 회계감독도 받지 않는다. 농협은 자산 500억원 이상인 조합을 대상으로 4년에 한번 회계감사를 한다. 새마을금고는 자산 500억원 이상 금고에 대해 2년에 한번 회계감사를 하고 있다. 다만 새마을금고는 부실이 커지면서 자산 3000억원 이상 금고에 대해 매년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새마을금고 통합재무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금고별 실적을 비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회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종교단체가 대표적이다. 해당 영역에는 회계기준 내부통제 감사기준 감리규정이 없다. 회계기준이 없어 각 경제주체가 생산한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결여돼 있고 비교할 수도 없다. 게다가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재무보고의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다. 공익법인과 지방자치단체 역시 내부통제 장치가 충분히 제도화되지 않아 회계정보의 유용성이 떨어진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제3자의 검증과 외부감사 제도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회계감독을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정부기구도 없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회계심사와 감리 등을 하는 조직이 있지만 그 역할이 영리법인 감독에 한정돼 있다. 회계감독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는 임원이 아닌 선임 국장급이다. 금융위원회에는 4명으로 구성된 회계제도팀만 있는 실정이다.

회계기본법에는 영리·비영리부문을 포괄하는 다양한 조직의 회계정보 생산과 외부감사, 공시와 감독 등 회계제도를 총괄하면서 협력체계 구축 역할을 담당할 총괄기구 설치 등이 포함돼야 한다. 총괄기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회계감독청 등 별도기구를 신설하거나 금융위원회 또는 재정경제부에 팀이 아닌 최소한 국(局) 이상 차원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회계투명성 강화’는 국가적 과제

회계정보는 사회적 신뢰를 담보하는 기반이다. 영리법인은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회계정보 공개가 비교적 잘 되지만 비영리법인은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이 많다. 회계기본법 제정은 이 격차를 줄이고, 국가 정책 의사결정에 필요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회계투명성은 선진국의 척도이자 국제신인도의 핵심 지표다. 회계기본법 제정을 통해 사회전반에 공통원칙을 세우고 이를 집행할 독립적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회계기본법 제정을 통해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회계규율이 뿌리내리게 해 ‘회계투명성 강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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