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상 최고 코스피,남겨진 불확실성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는 2021년에 기록했던 전고점인 3305p를 넘어선 데 이어 3500p 선을 도전 중이다. 사실 작년과 올해 중 주요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르고 있었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우호적이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 측면에서 주요 업종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ICT 수출은 같은 달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이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회복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코스피 최고치 경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삼성전자의 경쟁력 우려도 완화되고 있다. 조선과 2차전지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우리 주력 제조업 역시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제조업 부흥과 고용 증대를 내세우면서 한국의 특정산업이 반사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상승에서 더 주목되는 점은 밸류에이션 회복이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2년 이후 줄곧 1배 이하였으나 최근 1.1배 이상으로 올랐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분명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이 시장 평가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주요 업종의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정상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의 최고치 경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몇 가지 유의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증시의 추세 상승이 지속될 것인가 여부다. 일단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조금씩 커지는 모습이다. 2000년대부터 코로나 위기 직전까지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공급망 확대, 기술 진보가 맞물리며 구조적 디스인플레이션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전환 비용, 지정학 갈등이 동시에 작용하며 비용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 역시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연준 위원들은 물가 상황을 살피며 신중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 역시 안정감을 갖는 모습이지만 내년 이후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위한 조건들이 지속될 것인가 여부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 전체로 확장되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제도화된 점,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 제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모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만한 변화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정상화에 있어 자본시장 선진화만큼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다. 즉 기업들의 이익이 늘고 이익률이 높아지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세제나 규제 측면에서 더 전향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
기업경쟁력 강화 뒷받침되면 상승을 넘어 새로운 단계로 도약 가능
우리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실적 회복과 오랜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적되던 제도적 정상화가 함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안정적 장기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경기둔화, 물가불안, 통상갈등, 공급망 재편에 따른 비용압력 등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요인도 있지만 밸류에이션 정상화의 지속성 역시 핵심 변수다. 규제완화와 시장·기업친화적 제도 정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정상화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구조적 과제를 풀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한다면 한국 증시는 이번 상승을 넘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