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필리핀 계절노동자 중간착취·체불 전수조사 촉구
브로커 근절 “노동인권 검증된 공공기관이 맡아야”
“법무부 자격 없어, 외국인력제도 노동부 담당해야”
강원 양구군 필리핀 계절노동자 90명이 진정한 중간착취와 임금체불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노동인권단체들이 790여명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외국인이주노동협의회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등 노동인권단체들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7월 29일 양구군 필리핀 계절노동자 90명은 노동부 강원지청에 2억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에 대한 집단 진정을 냈다.
이들은 필리핀 팡길시와 파에테시에 거주하는 농부들로 2023년(476명)과 2024년(541명) 양구군 농가에서 일했던 계절노동자들이다.
진정인들은 송출 지자체인 필리핀 팡길시·파에테시와 고용 지자체인 양구군 사이에 브로커인 원컨설팅(대표 장현서)에 의해 모집·선정·관리됐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기본 수수료 144만원(6만페소)과 5개월 근무 후 기간 연장(최장 3개월)시 매월 24만원(1만페소)을 지급했다.
원컨설팅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필리핀으로 송금된 후 필리핀에서 수수료를 받았으나 수금이 원활하지 않자 2023년 미수금과 2024년 수수료 전액을 고용주 농가에 ‘임금에서 공제해 직접 송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농가들은 노동자들로부터 적법한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요청받은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해 원컨설팅에 송금했다. 이는 ‘임금은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직접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체불임금에 해당한다.
강원노동청과 강원경찰청은 19일 합동 전담반(TF)을 구성하고 원컨설팅 관련자 3명, 양구군 팀장급 공무원 1명, 계약직 1명 근로기준법 중간착취 위반,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입건해 수사에 들어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노동부와 경찰이 합동 전담반을 꾸렸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하지만 90명의 진정한 노동자만이 아니라 피해 노동자 790여명 전수를 조사해 피해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양구군과 송출지자체의 협조를 등에 업은 브로커에게 이들이 갈취당한 돈은 약 20억원에 달한다”며 “피해노동자 전원에 대한 재고용을 보장하고 모두 인신매매방지법상 인신매매등 피해자에 해당하므로 그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계절노동자제도 개혁도 요구했다. 7월 국회가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계절근로자 제도’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면서 그 안에 ‘계절근로 전문기관’ 지정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각 기초지자체가 해외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계절노동자의 선발·입국·교육·통역·체류·출국 지원을 담당하기에 역량이 부족해 브로커가 끼어드니 전문기관이 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과거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연수추천기관으로 참여했던 중소기업중앙회나 농협중앙회가 ‘노예제도’라는 오명을 얻은 것을 상기시키며 “전문기관은 반드시 노동과 인권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관련 지식과 경험이 인증된 공공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과거 산업기술연수생 제도를 운영하며 온 나라를 차별과 착취의 온상으로 만들었던 법무부도 외국인력제도를 담당할 명분도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적절한 인력확보 방안과 강력한 계절노동자 보호 방안을 담은 제도를 별도 입법해 노동부가 직접 운영할 것”을 촉구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