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압박에 MBK, 결국 추가 지원 <홈플러스에 2000억원 지원>

2025-09-25 13:00:47 게재

수사·금융당국에 여당까지 나서자 ‘백기’ … 진정성·실효성 확보 위한 주체·방식 밝혀야

기업회생 중인 홈플러스의 소유주 MBK파트너스가 이번 사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2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이어 여당까지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뒤늦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 홈플러스 사태,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등 잇단 논란에 따른 사회적 비난 여론을 달래지 못할 경우 한국에서의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MBK는 24일 “대주주로서 부족한 판단과 경영관리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해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과 실망을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PE)인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경영난을 겪다 올해 3월 법정 관리를 신청했고 현재 회생 목적의 기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앞.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국내 정상적 투자활동 위기 상황 = MBK의 사과와 추가 재정 지원 약속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검찰, 금융당국, 여당이 압박에 나선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판단한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 롯데카드 해킹 사고 등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쏟아지는 책임론이 압박 강도를 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발표는 19일 김병주 MBK 회장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간담회를 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이 자리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 중앙부처 공무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MBK는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 지원 계획을 내놓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매각이 성사되도록 MBK의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김병주 회장을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지정하고 소환하겠다며 압박해 왔다.

금융감독원은 MBK에 대한 검사를 통해 불건전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혐의들을 포착해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러 건의 위규 행위를 적발해 제재 수위를 중징계인 기관경고 이상으로 하는 조치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기적 부정거래혐의 뿐만 아니라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LP)의 이익을 침해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MBK에 대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 국민연금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기관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으로 인해 MBK의 위탁운용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 또 검찰은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숨기고 투자자들을 속여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선 2000억원 실체 의심도 = 업계에선 MBK의 자금 추가 투입이 제대로 이뤄질지 불명확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MBK와 김병주 회장이 앞서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지원책도 실체가 현재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의 개인 증여 400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대출 보증이라 실효성 있는 자금 수혈이라 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 일부의 판단이다. 기존 3000억원은 김병주 회장의 증여(약 400억원 추정)와 DIP(Debtor In Possession) 차입에 대한 연대보증 600억원, 기업회생 전 증권사로부터 홈플러스가 대출받은 2000억원의 연대보증이다.

이번에 발표한 2000억원 추가지원에 대해서도 지원주체와 방식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MBK측은 “추가 자금 투여는 우리 운영수익(관리보수 및 성공보수)에서 100% 현금으로 증여할 계획”이라며 “기존 지원금 3000억원 중 2000억원은 홈플러스 대출에 대한 연대 보증으로 매 분기 50억원의 이자를 MBK가 내고 있고 대출 미상환 시 이를 다 갚아야 해 실질적 자금 수혈에 해당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DIP금융 대출 600억원은 김 회장이 홈플러스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해 대출 책임을 다 떠안았다”면서 “김 회장의 증여액 400억원에 구상권 포기분 600억원을 합치면 개인 사재 출연만 100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과 갈등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전액 변제하겠다고 한 자산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에 대한 구체적인 변제 방법 등이 나오지 않으면서 개인투자자들과 갈등만 커지고 있다.

◆외부 감시 기구도 약속 = 한편 MBK는 공공 정책과 산업 현장 등의 지식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MBK파트너스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설립해 앞으로 모든 투자 활동이 상생과 책임의 가치 아래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외부의 감시와 조언 아래 투명 책임 경영의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의 홈플러스 손실 위험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5826억원어치)도 투자 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MBK는 “국민과 투자자께 더 투명하게 다가서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겸손하게 임하겠다”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며, 진정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운용사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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