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재판 출석 이어 특검 소환

2025-09-25 13:00:41 게재

25일 ‘이우환 그림 의혹’ 뇌물 혐의 피의자 조사

전날 첫 공판 출석 공개 … 재판·특검수사 병행

김건희 여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한 데 이어 25일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이우환 화백 그림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김 여사는 이미 재판에 넘겨진 혐의 외에도 각종 범죄 의혹을 받고 있어 재판과 특검 수사를 동시에 받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구속 기소된 후 27일 만에 이뤄지는 특검 조사다.

김 여사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원대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받고 지난해 4.10 총선 공천과 공직 임명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검사는 현직 부장검사 신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은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총선 출마를 강행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경남 창원 의창구에 출마했는데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이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도왔던 명태균씨는 김 여사가 ‘김상민 검사의 당선을 지원하면 선거 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경남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다.

김 전 검사는 당시 공천에서 컷오프됐지만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상대로 김 전 검사의 공천과 국정원 특보 임명 과정에 개입했는지,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 18일 김 전 검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23일 그를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에게 김 여사측에 그림을 전달한 경위와 공천 대가성 여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검사는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그림을 대신 구매해줬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그림을 공천 등을 대가로 한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한 경우에 성립한다. 김 여사가 공직자가 아님에도 특검팀이 뇌물 혐의 피의자로 김 여사를 소환한 것은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나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는 이에 앞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했다.

전직 영부인이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재판부가 법정 촬영을 허가함에 따라 이날 김 여사가 법정에 나와 피고인석에 앉는 모습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김 여사는 검은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섰다. 왼쪽 가슴엔 수용번호 ‘4398번’이 적힌 배지가 달렸다. 김 여사는 피고인석에 앉기 전 방청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해 8억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2022년 대선 당시 명태균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2022년 4~7월 통일교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고가의 목걸이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김 여사측은 이날 첫 공판에서 모두 진술을 통해 특검이 기소한 범죄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첫 기일인만큼 이날 공판은 특검과 김 여사측 모두 발언과 향후 재판 진행 일정을 논의한 뒤 40여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일정을 정리하기 위해 오는 26일 한차례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본격적인 재판은 10월 15일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2회씩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10월 15, 22, 24, 29일 네 차례 증인 27명에 대한 주신문을 진행하고 12월 말까지 증거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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