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청년, 자원봉사로 세상과 연결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여행
‘고은청년’ 이름 짓고 일상회복 지원
고립 속 어둠을 걸어온 청년들이 자원봉사로 세상과 연결된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고립은둔청년 100명과 함께 자원봉사여행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센터가 이달 22일 24일 26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하는 ‘고은 청년과 함께하는 자원봉사 여행’은 고립은둔 청년들이 몸과 감각을 깨우며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장이다. 6개 전문기관과 협업 아래 기획되었으며 참여 청년들은 시화호 일대를 무대로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수변 정화, 쓰레기 분류 등 환경 회복 활동을 펼친다.
시화호를 여행지로 택한 것은 이곳이 한때 죽음의 땅으로 불리다 되살아난 곳이기 때문이다. 고립과 은둔 속에 어두운 길을 걸었던 청년들이 자원봉사여행을 통해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참가했던 한 청년은 첫날 해변을 따라 걸으며 “파도 소리를 들으며 주워 담는 빈 병 하나하나에 밖에 나왔다는 느낌이 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녹지와 갈대 숲 주변을 다듬으며 자연을 정화하는 활동 속에서 “자연뿐 아니라 나 자신을 다독이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발표한 청년도 있었다. 쓰레기를 종류대로 분류하며 자신이 뿌린 흔적이 환경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현장을 마주하는 시간도 있다.
◆“밖에 나왔다는 느낌이 든다” = 센터가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이들과 바깥 세상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모아(MOA) 플랫폼이다. 참여한 청년들의 자원봉사 실적은 모아(MOA) 플랫폼에 모두 기록된다. 목표 달성이 확인되면 그 결과만큼 ‘겨울나기 키트’로 전환되어 또 다른 고립은둔청년에게 전달된다. 일종의 챌린지처럼 서로에게 연결되며 참여자가 수혜자가 되고 다시 참여자를 늘려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센터 관계자는 “모아 플랫폼 위의 챌린지형 구조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회복의 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플랫폼과 연계된 청년재단의 ‘나 돌봄 챌린지’ 고립은둔청년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 기록을 통해 고립은둔을 극복하는 프로그램 등 청년들 관심사와 전문성을 살린 과정이 다수 있다. 플랫폼에서는 이미 11개 종류 챌린지에 약 1700건의 활동 인증 기록이 쌓였고 2025년에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1500건 이상 일상 회복과 관련된 기록을 남겼다.
센터가 기획한 여행과 모아플랫폼에서 특히 주안점을 두는 것은 고립은둔 청년을 ‘도움의 대상’으로 한정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립은둔청년에게 ‘고은 청년’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이다.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 당사자들에게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고립은둔청년 대신 ‘고은청년’= 센터는 자원봉사여행 외에도 다양한 고은청년 지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챌린지 참여자들이 친환경 화분을 제작해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자원봉사 연결형 프로그램, 고립은둔 경험을 기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도전한 활동을 SNS에 올리는 일, 기록을 통해 일상회복에 도전하는 한달기록 챌린지 등이다. 교과과정과 연계해 고립은둔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도 하반기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송창훈 서울시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를 통해 고립과 은둔 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다시 일상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만들겠다”며 “고은청년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