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경유지 전락…충남 ‘부글부글’

2025-09-26 13:00:01 게재

15개 시·군 가운데 13곳 지나

생산·소비 않는데 앉아서 피해

다음달 충남지역 대책위 구성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을 앞두고 경유지인 충남이 들끓고 있다. 생산도, 소비도 않는데 피해만 입게 생겼기 때문이다.

26일 지역단체 등에 따르면 다음달 충남 전체를 포함하는 송전선로 주민대책위가 출범할 예정이다. 충남도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반발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건설될 호남~충남~수도권 송전선로는 충남 전체 15개 시·군 가운데 당진시와 태안군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지나가게 된다. 계획대로 송전선로가 완성되면 충남은 거미줄처럼 송전탑 등이 세워진다.

◆충남지역 반대 움직임 본격화 = 충남지역 지방의회와 시민·환경단체들은 지역별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23일 서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산에는 이미 2013년 기준 507개의 송전철탑이 설치돼 있다”며 “정부는 전기를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 충남에 피해만 주는 송전선로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앞서 천안시 시민·환경단체들도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공주시에서는 시의회와 주민들이 주민설명회를 무산시키는 등 반발이 거세다. 금산군 주민대책위는 아예 한전을 상대로 "송전선로 입지선정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서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송전선로 건설에 대해) 무조건 반대”라며 “호남 등 전력을 생산하는 쪽으로 산업을 이동시켜야 한다. 송전선로를 만들어 수도권에 산업을 계속 넣는 것은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의 반대가 이처럼 거센 이유는 환경파괴, 건강우려 등 송전선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은 땅값 하락 등 재산권 침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 한전이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려하고 있지만 설득이 쉽지 않다.

서해안 지역의 경우 해저케이블 가능성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향후 어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 문제다.

육상의 경우 가장 많이 나오는 대안이 땅 밑으로 연결하는 지중화다. 하지만 이 경우 막대한 건설비용으로 인구 밀집지역에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구가 적은 지역은 예전처럼 송전탑 방식으로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 아예 해당 지역 부동산을 한전이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분산에너지’가 해법 = 이처럼 해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 기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게 안된다면 기업이 들어서는 지역에 발전소를 짓자는 것도 대안으로 등장한다.

국회는 발전소 거리에 비례해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6일에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거 참여한 ‘전력자립률을 고려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추진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린다.

충남도 관계자는 “수도권 기업을 위해 멀리서 전기를 끌어올 게 아니라 분산에너지로 가야 한다”며 “차등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 경유하는 곳으로 나눠지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준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다음달 충남 송전선로 대책위를 구성하고 충남도의회와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전북대책위 등과 연대해 전국적으로 송전선로 반대운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윤여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