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고발하며 개인정보 제출 “정당행위”
1·2심, 벌금 100만원 … “목적 외 이용”
대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냐” 파기
다른 직원의 수당 부정수급을 고발하기 위해 회사 공문에서 알아낸 개인정보를 고발장에 적은 공공기관 직원에 대해 대법원이 정당행위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소·고발 과정에서 범죄 혐의 소명을 위해 남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부산의 한 공기업에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21년 4월 동료 직원인 B씨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 행위를 고발하려는 목적으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사측에서 발송한 ‘일반건강검진 대상자 변경완료 알림’ 문서에서 B씨의 개인정보를 확인해 고발장에 적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형사사법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피고발인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인정보처리자인 사측으로부터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은 건강검진 대상자의 변경사항을 확인하는 데에 있을 뿐 피해자에 대한 고소나 민사소송 제기에 사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제공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설사 피고인의 고발행위가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해도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해 개인정보를 이용한 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며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고소·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 소명이나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류나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20조(정당행위)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질 및 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A씨는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여러 명의 근로자를 고발했고, 이 사건 개인정보는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고발대상자를 특정하고 그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발장을 제출받은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행위를 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도 없다”며 A씨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