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2년 전 ‘자본론 사건’ 무죄 구형

2025-09-26 13:00:09 게재

‘불법 체포·허위 자백 강요’ 인정

피고인 “평생 빨갱이 낙인 억울”

검찰이 42년 전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불법 구금돼 옥살이했던 남성의 재심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정진태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증거기록과 피고인 주장의 신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이 불법 체포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서울대생이던 정씨는 1983년 2월 15일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정씨는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된 3월 9일까지 23일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구타 등 가혹행위 속에 “북한을 찬양하고 동경했다”는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다. 그는 같은 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사건은 올해 2월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 다시 다뤄졌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경찰관들이 불법 구금과 위법한 압수수색을 했다고 보고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정씨 사건을 인권침해 사례로 인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정씨는 최후진술에서 “젊을 때부터 한 번도 북한을 찬양한 적이 없다”며 “유신체제와 전두환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했을 뿐인데 빨갱이로 몰려 억울했다”고 밝혔다. 이어 “평생 낙인에 눌려 살았다. 재심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씨에 대한 재심 선고는 오는 10월 28일 있을 예정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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