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장애로 중대본 가동 ‘최초’

2025-09-27 08:34:53 게재

70개 정부 전산시스템 마비

이중화 장치 정상작동 안해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70개에 달하는 정부 전산서비스에 장애가 생겨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비상상황을 대비해 준비한 ‘이중화 장치’도 서비스 중단을 막지 못했다. 정부는 화재 발생 12시간 만인 27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최고 단계 비상대응에 나섰다. 2022년 6월 재난안전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기·통신 등 기반서비스 마비’가 사회재난으로 규정된 이후 전산장애로 중대본이 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는 윤호중 장관 주재로 이날 오전 8시 행정정보시스템 장애 대응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윤호중 장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상황판단회의 주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서비스 장애 대응을 위해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윤호중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태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산장애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중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관리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센터 간 실시간 백업 체계를 구축해 두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이번 화재 때는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관리원은 또 본원과 광주센터가 한꺼번에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지난해부터 재해복구용 공주센터도 운영 중이지만 이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리튬배터리 화재가 많이 발생하자 위험성을 고려해 배터리실을 이격시키고 별도 배열하는 설계를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또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말 ‘행정망 전산마비 사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장치들을 마련했지만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이번 화재로 장애가 발생한 전산망은 모두 70개다.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정부24와 모바일신분증, 모든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자서명인증센터 등의 사용이 중단댔다. 정부부처 누리집과 이메일 시스템도 장애를 잃으켰다. 거의 모든 정부부처 업무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실제 일부 부처는 대국민 서비스 장애를 안전안내문자(재난문자)로 알렸다. 소방청은 새벽 0시 47분쯤 ‘119신고가 전화로만 가능하며, 문자·영상 신고는 전산장애로 불가하다’는 내용의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법제처도 새벽 3시 11분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참여입법센터 등 접속이 불가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법제처는 법령정보 열람이 가능한 사이트(portal.scourt.go.kr)도 안내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우체국 등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제공이 되고 있지 않고 있다”며 “27일 토요일 배달 소포 우편물은 오프라인 체계로 전환해 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8시 2분쯤 ‘국민신문고 등 전산망 장애가 발생, 주요 행정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한편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발생 10시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쯤 큰 불길이 잡혔다. 불은 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전산실에는 58V 리튬배터리 12개를 수납하는 캐비닛 16개가 있는데, 이번 화재로 이 가운데 8개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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