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입사원 채용은 ‘찔끔’…직원들은 ‘4.5일제’ 무리한 파업

2025-09-29 10:50:09 게재

4대은행 합쳐 하반기 채용 650명 수준

지난주 노조 총파업엔 조합원 다수 불참

은행권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지만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표적 좋은 일자리로 청년층이 선호하는 은행권 채용이 줄면서 취업난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신규채용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미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 기존 직원들은 무리한 파업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4대 은행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총 650명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740명)보다 줄었고, 2023년 하반기(850명)에 비해 200명 이상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연간 채용인원도 2023년(약 1880명)과 지난해(약 1270명)에 이어 올해(약 1215명)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금융노조, 주 4.5일제 근무 촉구 파업

금융노조, 주 4.5일제 근무 촉구 파업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채용방식도 직군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 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거나 정보통신(IT)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분야에 특화된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분야도 일반적인 대출업무가 아닌 투자와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을 알아야 한다. 다만 고졸자와 군 전역자 등을 대상으로 특별전형도 실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으로 단순 예금이나 대출업무는 모바일 등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며 “전문성있고 인턴십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이 있는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 취업문이 갈수록 좁이지는 가운데 이미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한 기존 직원들은 더 나은 근로조건을 위한 단체행동에 나섰다. 금융노조가 지난주 강행한 파업이 대표적이다. 주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이뤄진 금융노조는 지난 26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가졌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2000년 총파업으로 주5일제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25년 만에 주 4.5일제를 쟁취하는 총파업을 선언한다”며 “주 4.5일제는 국민의 삶을 바꿀 대전환”이라고 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파업과 관련 △주 4.5일제 도입 △임금 3.9% 인상 △신입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날 노조의 파업에는 다수 노조원이 불참했다. 대다수 시중은행 노조원은 지부와 분회 등의 간부를 중심으로 집회에 참석했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비교적 많은 조합원이 파업 집회에 합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노조의 이날 파업 선언에도 시중은행 지점 등 현장은 큰 무리없이 정상 영업이 이뤄졌다. 특히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조합원이 참여한 기업은행도 당일 업무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영업점이 모두 정상 영업을 했다”며 “파업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영업점 추가 배치 등을 통해 고객 불편이 없도록 했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의 이번 파업 강행에 대한 후폭풍도 예상된다. 당장 김 위원장은 무기한 단식농성을 돌입하면서 투쟁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파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노조 집행부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노조 한 전직 간부는 “파업은 노조의 권리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조합원의 참여와 지지를 받지 못하면 노조 집행부의 지도력 행사에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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