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로 골머리
지난해에만 3800건 사고
세계 각국의 보험업계가 리튬이온배터리(Lithium-ion Battery) 화재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개인용이동수단 전자기기 등을 중심으로 생활 필수품이 됐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보험연구원 강윤지 연구원은 KIRI리포트 ‘리튬이온 배터리 리스크와 보험산업’ 보고서를 통해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한 대규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세계 손보업계가 안전지침 마련 및 전용 보험 컨소시엄 등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에만 세계적으로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한 사고는 3880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사고로는 2024년 3월 일본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의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시설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내부 합선으로 추정됐는데 이 화재로 설비 한동이 완전히 소실됐고 리튬이온 셀 5만개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9월 호주 퀸즈랜드주의 테슬라 메가팩(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 화재, 2021년 빅토리아주의 메가팩 시험 중 화재 등도 모두 리튬이온배터리와 관련돼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에만 두차례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하나는 2024년 6월 경기도 화성리 리튬배터리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다. 무려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뒤이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조·판매한 전기차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돼 큰 피해를 낳았다.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에서도 불이 이어지고, 항공기 안에서 보조배터리가 불이 나기도 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고에너지 밀도, 경량성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스마트폰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서부터 전기자동차 드론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열폭주(thermal runaway)로 인한 화재·폭발이 가장 큰 문제다.
해외 유명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FM글로벌의 경우 리튬이온배터리의 제조와 보관, 에너지 저장장치 관련 위험 등을 체크해 안전·기술지침을 발표했다. 또 처브는 수출입 기업, 물류 등 리튬이온배터리 공급망 전반의 종합적 리스크 방안을 제공하기 위한 리튬이온배터리 리스크 전용 보험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물류와 창고 분야 배상책임 보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11개 대형 손해보험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재보험사 뮌헨리는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분야 전문 자회사를 별도로 설립해서 BESS 대상 보증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