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하나
경찰·공수처·중수청 수사 분담
검찰 범죄수사 공백 ‘불가피’
전건송치·보완수사 도입 논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년 뒤인 2026년 9월 검찰청이 사라지게 됐다. 1948년 8월 검찰청법이 제정·공포된 지 78년 만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범죄 수사에 대한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와 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등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6일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180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수사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소와 공소 유지 기능은 공소청이 담당하도록 했다. 기존에 검찰청에서 직접 수사하던 부패·경제·선거 등 주요 범죄를 떼어내 중수청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형사사법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만큼 과제가 적지 않다.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에서 제도를 세부적으로 설계할 계획이지만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개편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릴 거란 전망도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공소청의 권한이다.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할 것인지, ‘보완수사권’을 줄 것인지의 문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 공소청은 직접 수사 개시를 할 수 없고,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만이 가능해진다. 만약 후속 논의과정에서 보완 수사권마저 사라지는 경우, 송치된 사건도 수사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만을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실체적 진실 규명과 원활한 공소 유지를 위해선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핑퐁’으로 늘어난 장기 미제사건이 더욱 증가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1차 수사기관(경찰·중수청·공수처 등)이 수사를 마친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넘기도록 할 것인지(전건 송치), 공소청이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수사감독권)을 갖도록 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이나 수사를 덮어버리는 ‘사건암장’을 막으려면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페이스북에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개혁의 큰 방향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공소청)은 (연간) 200만건 이상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억지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전건 송치와 보완수사”라고 강조했다.
검사 2300여명을 포함해 1만명 넘는 검찰 인력을 공소청과 중수청에 재배치해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신설되는 중수청은 수사 인력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 출범 초기부터 검찰만큼의 수사 역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공수처의 사례를 보면 초기 조직 안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중심이 될 중수청에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선뜻 지원하려 하겠느냐는 문제와 함께 성격이 다른 경찰과 검찰 구성원이 한 조직 아래 놓였을 때 갈등 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냐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청 폐지에 따른 수사 역량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폐지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결론과 관계없이 검찰에 송치하는 ‘전건 송치’ 제도 부활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검찰’ 명칭 삭제를 둘러싼 위헌 논란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개정에 반대하는 역대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들이 “명백한 위헌”이라며 향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와 뜻을 같이하는 역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일동은 28일 공동 명의로 이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검찰동우회는 검찰 퇴직자들이 모인 친목 단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우리는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은 위헌이므로 철회돼야 함을 수차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의결했다”며 “하지만 이는 위헌 법률이므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여당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모든 법률가의 양심과 시민의 양식에 간절히 호소한다”며 “또한 이번의 반민주적, 반역사적 법률 개정에는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