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선거, 고물가대책 쟁점…“민심은 소비세 감세”

2025-09-30 13:00:04 게재

7월 선거 참패 이후 감세 고심하다 신중한 자세

후보들, 소득세 공제 확대 카드로 서민층 공략

고이즈미 우세…다카이치·하야시 결선행 다툼

다음달 4일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최대 쟁점은 고물가 대책이다. 3년 이상 이어지는 3%대 안팎의 소비자물가 오름세에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각종 선거에서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다음달 4일 열리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간 판세를 집계한 일본 민영방송 보도 내용. 고이즈미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다카이치 후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사진 출처 ABC뉴스 유튜브채널

아사히신문은 3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후보들이 소비세 감세에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총재 선거 등록 전후 일부 후보가 소비세 감세도 검토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던 것에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문은 “재무성 등 관료들의 경계감이 컸다”고 배경을 추정했다. 현행 10%인 소비세율을 일률적으로 줄이거나 폐지할 경우 수십조엔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쿄재단이 올해 5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5%p 감세의 경우 세수가 15조3000억엔(약 144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식료품 등에 한정해 소비세를 없애면 연간 4조8000억엔(약 45조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해마다 막대한 규모의 적자 재정으로 허덕이는 정부와 재정당국 입장에서 소비세 일률 감세는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국민 1인당 2만엔(약 19만원) 수준의 현금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대 2조엔 규모의 예산 투입으로 당장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소비세 폐지 또는 감세를 주장한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마다 10%의 세금을 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물가대책으로 더 호소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지통신이 이달 중순 조사한 결과, 물가대책의 우선순위로 ‘소비세 감세’를 선호하는 응답이 45.8%로 압도적이었다. 소득세나 주민세를 감세해야 한다는 답변도 28.0%에 달했다. 이에 비해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15.4%에 그쳤다.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현금 지원(20.2%)보다 소비세 감세(37.4%)와 소득세 또는 주민세 감세(27.3%)를 선호하는 여론이 강했다.

이처럼 고물가대책으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감세가 필요하지만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무작정 감세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 당선권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은 “소비세 감세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적극적인 재정 확장파로 당초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 폐지를 주장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장관도 자신의 평소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하야시 마사요시 관방장관도 “소비세는 사회보장을 위한 귀중한 재원”이라며 감세에 소극적이다.

후보들은 소비세 감세 대신 소득세 소득공제 확대를 내놓고 있다. 모든 납세자에게 일률 적용되는 소비세율 감세보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실질 세부담을 조정할 수 있는 소득세 감세가 현실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근로소득자의 기초 공제를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서민들의 세후 소득을 늘려주자는 제안이다.

고이즈미 후보는 “물가와 임금 상승에 맞춰 기초공제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후보도 “물가상승에 따른 기초공제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싶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고물가 대책이 핵심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후보들이 현금 지원과 소비세 감세에는 거리를 두면서 소득세 감세에 따른 세부담 경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다음달 4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5명의 후보 가운데 고이즈미 후보가 국회의원 등의 표에서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 등의 분석에 따르면, 고이즈미 후보는 현역 자민당 국회의원의 30% 이상 지지를 확보한 가운데 당원 지지율에서도 다카이치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다만 고이즈미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당선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어서 결선투표 대상이 누가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다카이치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당원 지지를 앞세워 결선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하야시 후보도 선거 중반이후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 능력 등을 인정받으면서 추격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여서 막판 상승세가 주목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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