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 완전 복구까지 최소 4주 걸린다

2025-09-30 13:00:03 게재

불 탄 96개 시스템 대구센터 이전

통합보훈·국민신문고 10월 말에나

사고발생 4일째 복구율 겨우 13%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발생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최소 한달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24 우체국예금·보험 복지로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는 재개됐지만 여전히 복구율이 10%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번 화재의 직접 영향을 받은 96개 서비스는 다음달 말쯤에나 재개될 전망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화장장도 영향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 후 첫 평일인 29일 전국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이 막혀 유족과 장례식장 직원들은 화장을 예약하기 위해 화장장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수원 연합뉴스

3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행정정보시스템 중단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는 행정서비스는 통합보훈 국민신문고 안전디딤돌 등 96개다. 이번 화재 때 직접 물리적 영향을 받은 서비스로,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 설치돼 있던 시스템이다. 이 중에는 관리등급 1등급인 국가보훈부 통합보훈,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행안부 국민재난안전포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털린내정보찾기 같은 서비스도 최소 한달은 정상 운영이 어렵게 됐다. 국무조정실과 행안부·환경부·고용노동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대표 누리집도 포함돼 있다.

이들 96개 시스템은 기존 국정자원 대전본원에서 대구 센터로 이전해 설치된다.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시설에 설치해 복구 기간을 단축한다. 행안부는 복구까지 최소 한달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96개 시스템의 대구센터 이전을 위해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구센터 입주기업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산장애 복구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행정서비스가 정상화되면서 우려했던 대규모 행정마비 상황은 피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30일 오전 8시 기준 1등급 시스템 21개를 포함해 총 85개 시스템이 복구돼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날 새로 복구된 서비스는 조달청 하도급지킴이 서비스를 포함해 4개다. 하도급지킴이는 건설공사나 소프트웨어(SW)용역 등 하도급 계약 때 대금 지급 등 전 과정을 전자적으로 처리해 임금체불을 방지·예방하는 시스템이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정부 서비스인 셈이다.

앞서 정부는 모바일신분증, 정부24, 주민등록, 우체국 예금·보험, 119 다매체 신고시스템, 복지로 등 국민 실생활에 필요한 일부 서비스를 복구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이 서비스들이 중단되면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공직자통합메일시스템과 행정전자서명인증센터도 복구됐다. 중앙정부·지자체 공무원들의 가장 기초적인 업무 지원 프로그램이다.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혼란을 막는 데 일조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업무개시 첫날인 29일 오전 한때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민원인들이 대거 몰렸지만 오후부터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시민들도 욕설하거나 항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만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전산장애를 틈타 발생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스미싱·피싱 범죄 손해를 입지 않도록 대응요령을 적극 안내하고 경찰청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범죄 차단과 피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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