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부상 유엔연설 “어떤 경우도 핵 포기 안해”

2025-09-30 13:00:02 게재

비핵화 불가론 공식 재천명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2018년 이후 7년 만에 유엔 총회에 고위급인 차관급 인사를 파견해 ‘비핵화 불가론’을 재천명한 것이다.

김 부상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상은 “본회의 시작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동맹 세력은 핵전쟁 연습 선동을 자행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극도로 긴장시켰다”며 핵 보유가 한미일에 맞선 자위권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가중되는 침략 위협에 정비례하게 우리 국가의 물리적 전쟁 억제력이 강화되었기에 적국들의 전쟁 도발 의지가 철저히 억제되고 조선반도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부상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주, 평화, 친선은 북한의 변함없는 대외정책적 이념”이라며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침략과 간섭, 지배와 예속을 반대하고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 민족들과 사상과 제도의 차이에 관계 없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와 최근 활발한 정상외교를 벌인 북한이 반서방 세력의 일원으로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미대화 재개 여지도 남겨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가운데 김 위원장도 최근 미국이 비핵화를 포기할 경우 대화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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