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결집이냐 중도확장이냐…갈림길 선 국민의힘

2025-09-30 13:00:02 게재

장외집회로 보수결집 꾀해 … 감사 앞세워 “분열에 결단” 관측당 지지율 부진, “중도로 넓혀야” 힘 실려 …‘윤석열 단절’ 부각

이재명정부가 출범 넉 달째를 맞는 가운데 제1야당 국민의힘이 보수결집이냐 중도확장이냐의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뭉쳐서 위기를 넘기자”며 보수결집에 무게를 뒀다. 대여 강경투쟁으로 결집을 꾀했다. 하지만 보수결집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바닥권에 머물자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확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석열과의 단절’이란 해묵은 과제가 다시 부각된다.

정부·여당 규탄 구호 외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30일 국민의힘은 대여 강경투쟁을 통한 보수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보수층이 결집해야 이재명정부의 야당 탄압을 견디고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원내에서는 지난 25일부터 4박 5일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여권을 괴롭혔다. 지난 28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사법파괴·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를 열어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5년 8개월 만에 개최한 서울 장외집회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정권을 끝내고 정권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며 보수결집을 호소했다. 서울시청 앞을 채운 15만명(국민의힘 추산) 당원과 보수시민은 한 목소리로 ‘이재명 퇴진’을 외쳤다.

국민의힘은 당무감사를 통해 보수 단일대오를 굳건히 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치고 있다. 장 대표는 29일 강성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이호선 국민대 법대학장을 당무감사위원장에 임명했다.

이 학장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에 대해 “헌재 결정문이 법리적 허점과 논리적 모순으로 점철돼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대표 당선 직후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과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며 당내 비주류와의 ‘단절’을 예고했다.

장 대표가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앞세워 ‘분열 세력’에 대한 ‘단속’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장 대표와 가까운 야권 인사는 “당무감사위를 통해 내부 총질을 일삼는 세력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보수결집을 위해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보수결집만 꾀하다가 확장성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갤럽 조사(23~25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에 머물렀다. 민주당(38%)에 크게 뒤지는 수치다.

국민의힘의 부진은 ‘중도층 외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39%, 국민의힘 13%였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에서 철저히 밀리는 것이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층 지지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이길 재간이 없다. 중도확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윤석열과의 단절’이란 해묵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된다. 계엄과 탄핵으로 보수정치를 ‘죽음의 늪’으로 밀어넣은 윤석열과의 결별을 단행해야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내 기반이 허약한 장 대표가 빠른 시일 내에 ‘윤석열과의 단절’을 결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석열 부부를 겨냥한 3대 특검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보수층 일각의 윤석열에 대한 ‘미련’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이 장 대표가 ‘윤석열과의 단절’을 결단할 적기로 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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