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불출석 사법부에 압박 가중
법사위, ‘조희대 청문회’ 이어 국감 증인 채택 등 압박
추석 이후 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안 발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되는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장 청문회에 이어 국정감사 기관증인 채택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재판소원제도 도입 가능성과 대법관 증원 등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 방안을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406호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를 연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 5월 대법원이 단 9일 만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결정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이 직접 해명하라는 취지의 청문회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부의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서영교·부승찬 의원이 제기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회동설도 쟁점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 주요 증인들이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불참하기로 하면서 청문회가 별다른 소득 없이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사위 내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지난 22일 조 대법원장, 한 전 국무총리,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이들 모두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국회 등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대법원)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및 국회법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가 헌법 103조, 법원조직법 65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 및 국회법 37조 1항 제2호 바목 등에 어긋난다는 게 조 대법원장의 주장이다.
법사위는 지난 5월 14일 민주당 주도로 같은 내용의 청문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에도 증인으로 채택됐던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청문회에 이어 국정감사, 사법개혁 방안 등을 통해 ‘조희대 사법부’를 압박할 모양새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법원 등에 대한 법사위의 국정감사에 사법부 수장인 조 대법원장이 기관증인으로 출석 의무가 있는 만큼 이 자리를 ‘조희대 청문회’에 준하는 수준으로 치른다는 복안이다.
대법원장은 기관 증인으로 국감에 출석해 감사 초반 간단한 인사말만 전한 채 자리를 떠나는 게 그간의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조 대법원장이 국감 내내 자리에 앉아 법사위원들의 질의에 응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에서 증인·감정인·참고인 등으로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국회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및 법관 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추석 연휴 이후 발표키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추석 연휴 시작 전인 29일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사법개혁 법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점을 고려해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
또 민주당이 사법부의 자정 노력을 압박하는 카드로 재판소원 제도 도입 가능성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재판소원은 최종심인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더라도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번 따져볼 수 있도록 헌법소원을 인정하는 제도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서 “사법부가 제대로 자정 노력을 안 하면 우리 입법부는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특정한 재판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그걸 헌재로 가져간다는 것”이라며 “헌재에서 그 판결에 대한 위헌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면 헌재 결정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취소될 수 있다.
법조계는 현행 3심제의 틀을 깬 4심제 도입이 조희대 대법원을 압박하려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재판소원과 관련해선 범여권이 발의한 법안 5건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