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방조’ 혐의 한덕수 첫 재판
대통령실 CCTV 빼고 중계
윤석열 특검 출석 또 거부
해병특검, 심우정 피의자조사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이 30일 시작됐다. 재판부가 내란 특검팀의 중계 신청을 허가함에 따라 이날 첫 공판 과정은 개인정보 비식별화 등을 거쳐 중계된다. 지난 26일 특검이 기소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지난 정부 ‘국정 2인자’였던 한 전 총리가 재판을 받는 모습까지 차례로 공개되는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 사건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재판 중계와 함께 법정 촬영도 허가해 이날 한 전 총리가 법정에 나와 피고인석에 앉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재판 과정은 법원 자체 영상카메라로 촬영돼 개인 정보 비식별화 등을 거쳐 인터넷으로 중계된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이후 특검측과 한 전 총리측의 모두 진술이 이어졌다.
앞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9일 한 전 총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한 전 총리는 제1의 국가기관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하는 데 관여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있다. 단순히 부작위(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음)를 넘어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한 전 총리측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결과적으로 막지는 못했으나 만류했다는 입장이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 처벌 대상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첫 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도 진행된다. CCTV에는 계엄 당일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장소에 놓여 있던 계엄 문건과 대국민 담화문 등 문서를 챙겨 나오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팀의 요청에 따라 해당 증거조사 부분은 중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CCTV 영상은 군사상 3급 비밀에 해당돼 국가 안전 보장 등을 고려해 관련 부분을 제외하고 중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팀은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에게 외환 혐의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24일에도 출석할 것을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아직 외환 혐의와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채 불출석 사유서나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특검이 추가기소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과 보석심문에 참석했던 것과 대비된다. 윤 전 대통령은 보석심문에서 18분가량 직접 발언하며 “보석을 인용해주면 운동도 하고 당뇨식도 하면서 사법절차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청구한 보석심문에는 출석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29일 내란 사건 재판에는 또다시 출석하지 않았다. 12회 연속 불출석이다. 대신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언론공지를 통해 “지난 26일 재판 출석 후 현기증과 구토 증세가 이어져 재판 출석 등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조사는 무산됐지만 내란 특검팀은 이날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재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수석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심 전 총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있던 지난해 3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 출국 등 일련의 과정에 관여한 혐의(범인도피·직권남용)를 받는다. 심 총장이 순직해병특검의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1일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 하지 않았다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사건 피고발인 신분으로 내란 특검팀의 조사를 받았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