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 안정지원

2026 수시 모집, 주요 대학 경쟁률 전반 하락세

2025-10-01 13:00:06 게재

고3 학생수 10% 증가에도 서울대 연세대 등 경쟁률 감소 … 의대 정원 회귀가 보수적 지원 유도

2026학년 수시 모집에서 안정 지원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하락했다. 특히 학생부교과전형의 하락 폭이 컸다. 고3 재학생 수가 증가해 경쟁률 상승이 예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현 수능 체제를 2년 앞둔 시점에서 고3 재학생 증가, 의대 정원 2024학년 수준으로 회귀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현상으로 분석된다.

2026 수시 경쟁률의 특이점과 다가올 정시 및 현행 수능체계 마지막 대입이 될 2027 대입에 미칠 영향까지 살펴봤다. 고3 학생수가 전년 대비 4만5540명 증가한 상황에서도 주요 대학들의 수시 경쟁률이 하락한 것은 합격선 상승에 대한 우려가 안정 지원으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의대 정원 축소 우려와 수능 성적 불확실성이 수험생들의 보수적 지원 전략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2026학년 수시 원서 접수 결과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26.50→25.81) 경희대(26.97→25.27) 서울대(9.07→7.84) 연세대(16.39→15.10) 서울시립대(19.75→17.92) 세종대(19.58→17.14) 중앙대(31.48→30.39) 한양대(31.94→30.99) 등은 전년 대비 경쟁률이 낮아졌다.

반면 고려대는 20.30대1에서 20.35대1로 경쟁률이 소폭 상승했고 국민대(13.06→23.84) 서강대(27.68→28.83) 성균관대(31.91→32.49) 등도 상승했다. 이들 대학은 논술전형에 지원자가 쏠린 덕분에 평균 경쟁률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대는 올해 논술전형을 신설했는데 226명 모집에 2만9034명이 지원해 128.4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과전형 주요 대학 경쟁률 하락 확연 = 올해 수시 경쟁률의 특징은 교과전형의 하락세다. 고려대 학교추천전형은 9.12대1에서 6.94대1로 하락했고 서강대 지역균형전형도 15.04대1에서 10.85대1로 크게 떨어졌다. 연세대 추천형 역시 8.63대1에서 6.28대1로, 한양대 교과전형(추천형)은 15.51대1에서 10.22대1로 경쟁률 하락 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고3 수험생 증가와 의대 정원 축소로 인한 합격선 상승 우려가 안정 지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설이태 광주 서강고 교사는 “지난해에는 의대 증원으로 선발 인원이 1800여명 늘어난 데다 지역인재전형도 확대돼 1.8~2.0등급도 지역 약대에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전에는 교과 성적이 다소 부족해도 최저 기준 충족을 기대하며 상향 지원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안정 지원 경향이 큰 데다 6월 9월 모의고사의 난도와 사탐런 등으로 수능 성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교과전형의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서강대는 교과와 종합전형에서는 경쟁률이 떨어졌지만 학생부 반영을 폐지한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90.69대1에서 107.10대1로 급등하면서 전체 경쟁률을 끌어올렸다. 고려대는 자연 계열 지정 과목 폐지와 경영대학 최저 기준 완화로 논술전형 경쟁률이 64.88대1에서 71.85대1로 상승했다. 특히 경영대학의 경쟁률이 88.56대1에서 170.58대1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종합전형 역시 교과전형과 마찬가지로 경쟁률이 대부분 하락했다. 다만 종합전형을 면접형과 서류형으로 운영하는 대학의 경우 하락과 상승이 혼재했다.

조국희 부산 양운고 교사는 “올해 학생부 전형 지원 시 합격선 상승에 대한 우려가 예상보다 크게 작용했다”며 “면접형은 학생부와 면접 성적을 함께 반영하기에 서류형보다 합격자의 교과 성적 분포가 넓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축소에도 서울 소재 의대 경쟁률 하락 = 최상위권이 선호하는 의대의 경우 올해 모집 정원이 2024학년 수준으로 조정되고 수험생 수가 증가하면서 경쟁률 상승이 예상됐다. 2026 의대 수시 경쟁률은 25.28대1(모집 2025명/지원 5만1194명)로 지난해 24.04대1(모집 3010명/지원 7만2351명)보다 소폭 올랐다. 다만 상승 폭이 크지 않았으며 지원자 수는 오히려 2만여명 줄었다.

전형별로 살펴보면 교과전형은 11.94대1로 전년 13.1대1보다 하락했고 종합전형은 17.69대1로 지난해(17.56대1)와 유사했다. 반면 논술전형은 176.96대1로 전년도 165.52대1보다 상승했다.

설 교사는 “지난해에는 지역 학생들이 권역 내 의대에 안정 지원한 뒤 수도권 의대에 상향 지원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올해는 모집 인원이 줄면서 지역 대학에 안정 지원하는 성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수시 경쟁률을 살펴보면 가톨릭대(65.3→49.73) 경희대(45.35→42.2) 고려대(30.55→22.9) 서울대(13.56→10.92) 연세대(14.29→10.86) 중앙대(87.67→70.84) 등 주요 대학은 경쟁률이 감소했다.

반면 가천대는 155.96대1, 성균관대는 113.4대1로 경쟁률이 높았다. 논술전형 때문이다. 2026 의대 논술전형 경쟁률은 176.96대1로 지난해 165.52대1보다 높았다. 가천대는 수시에서 27명 모집에 4211명의 수험생이 몰렸는데 이 가운데 3364명이 논술전형 지원자로 경쟁률이 577.17대1에 달했다.

◆안정 지원 경향으로 지역 거점 국립대 경쟁률 상승 = 서울 주요 대학과 달리 수도권 하위권 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예년에 비해 상승했다. 안정 지원 경향이 강해지며 비수도권 대학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수도권 학생의 지원이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강남대는 7.69대1에서 11.15대1로, 삼육대는 15.10대1에서 19.09대1로, 서경대는 13.46대1에서 15.56대1로, 성결대는 7.19대1에서 12.52대1로, 수원대는 14.93대1에서 16.15대1로 상승했다.

지역 대학의 경쟁률도 5.98대1에서 6.49대1로 상승했다. 일부 지역 거점 국립대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9개 지역 거점 국립대의 2026 수시 평균 경쟁률은 8.73대1로 전년도 8.61대1보다 소폭 상승했다. 대학별로는 경상국립대(6.62→7.22) 경북대(11.78→13.37) 전북대(7.34→7.52) 제주대(4.88→5.21) 등의 경쟁률이 올랐다. 경북대는 지원자가 6만302명으로 전년 대비 6950명이나 늘었다.

조 교사는 “서울 소재 대학 선호는 여전하다”며 “다만 올해 안정 지원 성향이 강해 무리하게 서울권 대학을 지원하기보단 지역 대학의 유망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예년보다 늘었다”고 분석했다.

무전공은 2026 수시에서 모집 인원이 더 확대됐다. 서울 소재 대학 기준 수시 무전공 선발 인원은 전년 2905명에서 올해 3270명으로 365명 늘었다. 그렇다 보니 경쟁률은 22.18대1을 기록, 작년 23.46대1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무전공 모집 인원 확대로 경쟁률 소폭 감소 = 조 교사는 “무전공이 대폭 확대된 지난해 결과를 보면 모집 단위의 합격선이 예상외로 낮지 않았다”며 “합격선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유형1은 학생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63.17대1의 경쟁률을 보였던 한양대는 올해 42.64대1로 크게 하락했다. 허철 진학사 연구원은 “선호도에 따른 경쟁률 하락이 아닌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던 경쟁률이 정상화된 결과”라며 “또한 작년엔 논술전형에서 한양인터칼리지학부에만 최저 기준을 적용했으나 올해는 전 모집 단위로 확대하면서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하락한 이유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국 10개 교대는 올해 수시 모집 인원을 2273명에서 2377명으로 확대했다. 모집 인원이 확대됐음에도 교대 경쟁률은 대부분 상승했다. 전체 경쟁률은 7.17대1로 전년 5.93대1보다 높아졌다.

특히 춘천교대는 지난해 5.67대1에서 11.9대1로 크게 상승했고 진주교대도 4.85대1에서 9.21대1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허 연구원은 “정시에서 입결이 낮아지자 대학은 2026학년 수시 모집 인원을 확대하고 최저 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면서 수험생의 부담을 줄였다”며 “그 결과 이번 수시에서 모집 인원은 103명 증가했음에도 지원 인원은 3577명(1만3471명→1만7048명)이나 늘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와 취업 불황에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안정성이나 정년 보장, 교육부의 장기적 교사 수급 안정화 발표, 정부의 교권 강화 정책 의지도 경쟁률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신설 학과 첫해 경쟁률 선방 = 신설 학과는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연세대 진리자유학부 외의 신설 학과 대다수가 첨단 산업과 연결돼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신설 첫해라 합격선이 낮을 거라는 기대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해 나타난 안정 지원 경향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은 선택형 수능을 치르는 마지막 해인 만큼 수험생은 더 보수적인 지원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허 연구원은 “내년은 졸업생의 수능 유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 수시에 안정적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내년에 반수로 수시 정시에 공격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입시평가소장은 “2028학년 대입에서 졸업생의 학생부 반영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현재 고2가 2028 대입에서 유리할 것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조 교사는 “주력 전형을 정할 땐 단순히 내신 성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모의고사 백분위를 함께 고려해 수시와 정시에서의 우위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며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아 수시를 버리고 정시에 집중한다고 하지만 학생부 성적이 모의고사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나은 경우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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